[사기공화국, 돈 없는 서민 노린다] ‘고수익 무위험’ 현혹되지 말고…진위 여부 확인 또 확인
사기범죄 급증 ‘국민 절반 경험’
‘3년간 200만명 피해’ 추정도
사업자등록번호 조회는 필수
입금 전 피해사례 있는지 조사
지연이체·의심사이트 검색 등
정부·금융회사 제도 적극 활용

가히 대한민국을 ‘사기공화국’이라고 칭할 만하다. 최근 3년간 금융사기 피해자가 200만명이 넘는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체 범죄 가운데 사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웃돈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범죄자를 색출하고, 사기를 방지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사기 피해 현황과 사기범의 심리, 피해 예방법을 알아본다.
◆3년간 금융사기 피해자 200만명 넘을 수도=최근 3년간 금융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200만명, 피해액은 46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내놓은 ‘2022 금융사기 현황 조사’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 2000명 가운데 2019∼2021년 3년간 금전적으로 피해를 본 비율은 4.2%, 1인당 평균 피해규모는 2141만원이었다(18∼69세 성인 남녀 대상).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5156만명임을 고려했을 때 예상 피해자는 217만명(5156만명×0.042), 피해액은 46조3638억원(217만명×2141만원)으로 추산해볼 수 있는 결과다.
실제 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사기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그렇다’고 답했다. 횟수는 7.5회에 이른다. 국민 절반이 3년간 1인당 7∼8차례 금융사기에 노출됐다고 해석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분야를 포함한 사기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범죄통계를 보면 2017년 23만1489건이었던 범죄 건수는 2020년 34만7675건으로 급증했다. 전체 범죄 가운데 사기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같은 기간 13.9%에서 21.9%로 가파르게 올랐다.
일선 경찰서에서도 ‘사기 급증’ 분위기는 그대로 감지된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사이버 수사담당 수사관은 “담당 경관이 팀장 포함해 11명인데 하루에 사기 신고 건수가 평균 10건이 넘는다”면서 “최근 들어 신고 건수가 많아져 팀원 전체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기 예방 제1원칙은 ‘의심하기와 확인하기’=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의심하기’와 ‘확인하기’가 습관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금융사기범의 가장 큰 특징은 ‘고수익 무위험’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요즘도 주식 종목을 추천해준다며 선량한 투자자를 꾀는 유사 투자컨설팅업자가 활개를 치고 있다”면서 “이들은 유료 회원을 끌어들이려 높은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 세계에 ‘고수익 무위험’은 없다는 진리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하려거나 돈을 입금하려는 업체·조직이 실존하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9월초 3억원대 금융사기를 당했다는 한 피해자는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업체 누리집에 있는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해보니 폐업한 상태였고, 수상 경력도 모두 거짓이었다”면서 “사업자등록번호만 확인했어도 사기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정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팀장은 “금전 피해를 일으키는 온라인 쇼핑몰 등은 같은 브랜드명, 누리집 주소로 상당 기간 활동한다”면서 “입금하기 전 인터넷에서 해당 브랜드 등을 검색해 사기 경력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연이체제도, 차지백 등 적극 활용해야=정부기관이나 금융회사에서는 사기를 예방하는 다양한 제도를 운용한다.
지연이체제도가 대표적이다. 이체할 때 일정 시간(최소 3시간)이 지난 후 입금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전화금융사기에 노출된 상황에서 대응할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게 된다. 제도 이용자는 이체 예정 시간 30분 전까지는 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
신용·체크 카드의 차지백(charge-back)도 유용하다. 거래한 사업자와 연락 두절, 환불 거부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매일로부터 120∼180일 안에 카드 승인 거래 취소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소비자원 누리집에서는 계속해서 피해를 주는 업체 정보를 알려준다. 한국소비자원→국제거래 소비자포털→피해예방정보에 들어가면 ‘사기의심 사이트’를 검색해볼 수 있다.
‘계좌정보 통합관리 서비스’는 자신의 명의가 도용된 사례가 있는지를 확인해준다. 해당 누리집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판단되면 금융소비자포털 ‘파인’에서 ‘개인정보노출자’로 등록해 추가 피해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은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면 은행연합회 누리집 ‘은행전화번호 진위확인’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곳에 은행명과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진위를 판별해준다.
이밖에 사전에 지정하지 않은 계좌로는 소액 송금만 허용하게 하는 ‘입금계좌 지정 서비스’, 외국에서 접속한 아이피(IP)로 확인되면 전자금융거래를 제한하는 ‘해외 IP 차단 서비스’, 본인의 카드대출 이용 명세를 사전에 지정한 사람에게 알려주는 ‘고령자 지정인 알림 서비스’도 신청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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