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교실배식 수두룩 ‘위생 구멍’...공간 분리 절실
#1. 중학생 자녀를 둔 김순영씨(48·여·가명)는 아이의 점심시간만 다가오면 걱정이 앞선다. 김씨의 자녀가 다니고 있는 성남의 한 중학교에는 별도의 급식실이 없어 교실에서 밥을 먹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우개 가루, 바닥 먼지가 잔뜩 쌓인 교실에서 밥을 먹을 텐데, 아무리 관리를 한다고 해도 위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냐”고 우려했다.
#2. ‘교실배식’을 하는 수원특례시 권선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양 교사 조준희씨(30·여·가명)는 식단을 짤 때마다 조심스럽다. 배식차를 학급별로 옮기는 과정에서 음식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씨는 “(배식 과정에서) 고기나 면 요리가 특히 온도에 민감해 맛과 식감이 잘 변하는데, 학생들이 선호하는 메뉴인데도 잔반량이 많이 나올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토로했다.
경기도내 400여개 학교가 급식실이 없어 ‘교실배식’을 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실배식은 급식의 질 저하와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한 식중독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도내 초·중·고·특수학교 2천515개교 중 급식실이 없는 학교는 445개교(17.6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87개교(3.45%)는 교내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식당과 교실배식을 병행하고 있다.
도내 한 학교당 평균 학생 수가 594명인 점을 고려하면 약 30만명의 학생이 급식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실배식의 위생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이 크다. 식당배식은 조리와 식사만 하는 곳이기 때문에 위생상 비교적 쾌적한 반면, 교실배식은 지우개·분필 가루, 바닥 먼지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급식의 질 저하나 식중독 유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단 주장이 나온다.
김명희 영남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음식이 조리실에서 교실로 옮겨지는 시간 동안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고, 또 공기 중 오염원 노출도 증가해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식실이 없는 학교들 역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지만,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급식실 증축은 어려운 실정이다.
수원특례시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식당배식의 필요성은 공감하곤 있다”면서도 “식당을 구축할 수 있는 공간 등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증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공간적 여력이 되는 학교를 우선으로 신청을 받아 급식실 증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휴공간 확보 등을 통해 쾌적한 급식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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