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1년, 일상이 되다

이해인 기자 2023. 11. 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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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꿈같은 대중화
LG전자 AI 자율주행로봇.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는 사진./LG전자 제공

미국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30일로 1년을 맞는다. 공개 당시만 해도 이전에 없던 신기한 서비스 정도로 여겨졌던 챗GPT는 전 세계인의 일상은 물론 IT·금융·물류 등 산업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기존의 질서를 허물고 재편하는 파괴적 혁신의 표상이 됐다. 장문의 글과 이미지, 영상까지 만들어내는 챗GPT는 출판·미술·음악 등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탄생 1년 만에 먼 미래의 일로 여겨지던 AI 대중화라는 꿈같은 일을 이끌어낸 것이다.

대전 원자력연구원 유용균 박사는 출근길에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챗GPT, 오늘 오전 업무가 뭐지?’라고 물어보며 하루 일정을 확인한다. 평소 10시간 넘게 걸리던 영어 논문 작성 시간도 챗GPT의 도움을 받아 1시간으로 줄였다. AI가 수 분 만에 논문 초록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퇴근 후엔 열 살 딸에게 원어민 발음으로 영어 문장을 읽는 챗GPT 음성을 들려준다. 기업들도 챗GPT 활용에 따라 효율성이 크게 달라진다.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스타트업 옥소폴리틱스는 한때 20명이 넘었던 인력 중 현재 셋만 남았다. 이 회사는 정치·사회 등을 주제로 한 토론을 주최하는데, 챗GPT가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주제를 알아서 뽑아주면서 운용 인력이 크게 줄었다.

급격한 AI 도입은 세계 곳곳에서 진통도 낳고 있다. AI 확산으로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AI가 만들어낸 글과 이미지, 발명 등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AI 윤리에 대한 논쟁도 거세다. 조대곤 KAIST 교수는 “생성형 AI는 인터넷,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보다 짧은 기간에 더 큰 변혁을 몰고 왔다”면서 “AI 경쟁력이 기업은 물론 국가 간의 역학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챗GPT 이전에는 AI가 공장이나 식당 서빙 등 저임금 노동을 먼저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AI는 법률이나 의학, 과학처럼 고학력·고임금 종사자가 많은 현장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생성형 AI가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부작용까지 예측해 성공률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생성형 AI가 설계한 신약 후보가 사상 처음으로 임상 2상 시험에 돌입했다. 홍콩의 생명공학 기업 인실리코 메디신은 만성 폐 질환인 특발성 폐 섬유화증의 새로운 치료제 ‘INS018_055′를 중국과 미국인 환자 60명에게 투여하기 시작했다. 임상 2상은 임상 1상에서 약효와 안전성을 확인한 약물에 대해 추가 검증과 함께 적정 용량을 결정하는 단계다.

챗GPT가 등장하면서 과학·의학 연구 분야 AI 개발이 더 치열해지고 활용 저변도 더 넓어졌다.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 9월 네이처에 발표한 AI ‘알파미센스’는 인간의 전체 유전자 변이 중 89%의 질병 유발 여부를 파악했다. 기존에는 이 비율이 0.1%에 불과했다. 이번 연구는 딥마인드가 지난해 내놓은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와 거대 언어 모델(LLM) AI를 접목시켰다. 종전엔 1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던 걸 알파폴드는 1년 만에 지구 생명체 100만종이 만들어 내는 2억개의 단백질 3D 구조를 분석했다. 전 세계 생명공학자들의 수십년 치 일감을 없애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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