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다행” 통곡했던 아버지, 50일 만에 9세 딸과 재회

김동현 기자 2023. 11.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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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27일까지 휴전, 억류 이스라엘 인질 26명 풀려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됐던 이스라엘 소녀 에밀리 핸드가 26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모처에서 아버지와 재회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2차 인질·수감자 맞교환이 실시됨에 따라 에밀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인질 13명이 석방됐다./로이터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에 붙들려 있던 이스라엘 아이 등 인질들이 속속 풀려나고 있다. 하마스의 첫 공격 당시 사망한 줄 알았던 9세 여아가 무사히 생환했고,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된 13세 소녀도 석방됐다.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의 대가로 함께 풀어주고 있는 팔레스타인 청년 등의 소식도 속속 전해지면서 양측 국민과 전 세계가 4일간의 짧은 평화 분위기에 빠졌다.

양측이 합의한 휴전으로 지난 24~25일(현지 시각)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던 이스라엘 인질 26명이 이집트 국경 라파 검문소를 통해 풀려났다. 이스라엘에 구금돼 있던 팔레스타인인 39명도 1대3 맞교환 방식으로 풀려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일 성명에서 “(오늘 석방된 13명은) 3~16세 아이 7명과 18~67세 여성 6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는 아홉 살 소녀 에밀리 핸드가 포함됐다.

에밀리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달 7일 가자지구에서 5㎞가량 떨어진 비에리 키부츠(집단 농장)에 있는 친구 집에서 납치됐다. 당초 하마스의 습격으로 인한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다가, 지난달 말 가자지구에 인질로 억류돼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스라엘은 사태 초기 다수의 희생자와 현장에서 사살한 하마스 대원의 시신이 뒤섞이는 등 사망자 식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집으로 돌아온 수감자 - 26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환영하는 주민들의 모습.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24일부터 나흘간 휴전하면서 가자지구에 억류한 인질 50명과 이스라엘에 있는 수감자 150명을 맞교환하기로 했다. /AFP 연합뉴스

딸이 사망한 것으로 알았던 아버지 토머스 핸드는 지난달 11일 방송된 미국 CNN 인터뷰에서 “죽음은 축복”이라며 흐느꼈다. 당시 그는 “왜냐하면 그게 내가 아는 가능성 중 가장 좋은 소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마스에 납치돼 고초를 겪느니 차라리 현장에서 사망한 게 낫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토머스의 아내는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토머스에게 딸이 살아서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인질로 붙잡혀) 끔찍하다”면서도 딸의 생환을 간절히 바라며 기다렸고, 헤어진 지 50일째인 이날 재회했다. 에밀리는 인질로 잡혀갔을 당시 여덟 살이었으나 지난 17일 가자지구에서 아홉 번째 생일을 맞았다고 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휴전이 시작한 지난 24일 에밀리와 마찬가지로 가자지구에서 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이스라엘 소년 오하드 문더가 어머니(55), 할머니(78)와 함께 풀려났다. 수도 텔아비브 인근 슈나이더 아동 의료 센터는 이날 오하드가 병원 복도를 달려 재회한 아버지에게 두 팔을 벌리고 안기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오하드와 어머니, 할머니 모두 건강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오하드의 할아버지 아브라함 문더(78)는 아직 억류된 상태다.

이스라엘 '한복 소녀'도 석방돼 - 25일 풀려난 이스라엘 소녀 힐라 로템(13)이 한국으로 보이는 곳에서 한복을 입은 모습. /로이터 뉴스1

25일 풀려난 13세 힐라 로템은 ‘틱톡과 초밥, 스케이트보드 타기를 좋아하는’ 소녀다. 이날 공개된 사진 중에는 힐라가 한국 방문 중 한복을 입고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포함됐다. 하지만 힐라의 어머니(54)는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된 상태다.

앞서 이스라엘·하마스는 가자지구 인질 240명 중 50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나흘간 교전을 멈추겠다고 지난 22일 합의했다. 이날 하마스가 풀어주기로 한 3일 차 인질 명단도 이스라엘 측에 전달됐다. 로이터는 남은 인질들이 수일 내 풀려날 것으로 보이며, 휴전 협정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자지구로 끌려간 가족 중 아직 아무도 풀려나지 않았다는 이스라엘 여성 셸리 셈 토브는 25일 현지 언론 채널12 인터뷰에서 “오늘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난 이들을 보며 기쁘면서도, 내 가족이 여전히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에 질투가 나고 슬프다”고 했다. 아내와 두 자녀가 풀려났다는 이스라엘 남성 요니 애셔는 “가족을 되찾아 기쁘다”면서도 “모든 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축하를 미룰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에서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도 속속 집으로 돌아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지구 출신 아실 알티티(23)는 지난 24일 1년 3개월 만에 난민촌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주변의 일부 건물이 무너진 모습을 보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교도소에 수감된 남자 형제를 면회하러 갔다가 굴욕적인 신체검사를 요구한 교도소 직원과 다툼을 벌여 체포됐다. 이번에 석방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명단에 포함된 아흐메드 엠사미(15)는 친형 무함마드(16)가 얼마전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아직 전해 듣지 못한 상태라고 WP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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