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죽음의 정글’ 통해 美 밀입국 시도한 중국인 1만5000명
중앙아메리카 국가인 파나마와 남미 콜롬비아 사이에 약 60마일(약 100㎞) 길이로 놓여 있는 ‘다리엔 갭(Darien Gap)’은 가파른 산과 빽빽한 숲, 늪지대 등으로 악명 높은 정글이다. 남미에서 북미로 가는 사실상 유일한 육상 경로인 이곳은 콜롬비아 마약상들이 점령해 치안이 보장되지 않고 밤낮으로 야생동물이 들끓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오지(奧地)로 불린다.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걸고 지나야 하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이곳을 통과하는 사람들 가운데 중국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방송 NBC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다리엔 갭을 통과한 난민은 약 30만8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중국인은 1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17만1000명)·에콰도르(4만명)·아이티(3만5000명)에 이어 넷째로 많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년간 이곳을 통과한 중국인은 376명에 불과했다.
난민들이 미국으로 불법 밀입국하는 주된 루트인 미국·멕시코 국경에서도 최근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 체포되는 중국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체포됐다고는 하지만 국경 지대에서 잡히는 것은 사실상 망명을 위해 자수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1~9월 사이 국경 지대에서 국경 순찰대에 잡힌 중국인은 2만21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41명)의 12.7배에 달한다. 지난 9월 체포 건수(4010건)는 전달보다 70% 가까이 불어났다. 2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의외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바로 중국”이라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남미 국가를 거쳐 미국 밀입국을 시도한다고 한다. 비자가 필요하지 않은 에콰도르로 먼저 비행기를 타고 간 다음, 밀수업자에게 돈을 주고 다리엔 갭 등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꿈의 종착지인 미국 국경까지 가더라도 모두가 입국 허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미국에서 최종 추방 명령을 받은 130만명 중 약 10만명이 중국인”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권위주의적인 시진핑 정부에 좌절감을 느낀 시민들이 탈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영어 교사 출신 마크 쉬(35)는 이 신문에 “중국을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환경”이라면서 “중국은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너무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외교관계협회 선임연구원 이안 존슨은 NBC에 “정치적 상황이 예전보다 훨씬 위험해졌다고 느끼는 중산층들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빠져나오려고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주로 소셜미디어에서 밀입국 정보를 얻고 있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이나 메시지 앱 등을 통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길에 필요한 짐’ ‘어디서 가이드를 찾을 수 있는지’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 ‘각국 경찰에 뇌물을 줄 수 있는 금액’ 등을 찾아본다고 한다.
난민 신청 이후 생활 여건 면에서도 미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낫다고 중국인들은 보고 있다. 먼저 상대적으로 난민 처우가 좋은 뉴욕으로 간 다음, 뉴욕 안에서도 중국인이 많이 사는 퀸스의 플러싱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맨해튼 차이나타운과 함께 뉴욕 내 대표적인 중국인 집단 거주 지역인 플러싱에는 중국어와 광둥어를 쓰는 이민자가 많아 영어를 할 필요도 없고, 일자리 구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외교관계협회 선임 연구원인 칼 민즈너는 뉴욕타임스에 “중국은 사망자보다 출생자가 적어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미국 등 외국으로의 탈출 현상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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