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의 이빨’에 막힌 우크라 대반격… 남부 헤르손에선 교두보 마련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11.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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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러시아, 잊힌 전쟁] 동부 전선에서 치열한 참호전
2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대기근(1932-1933) 91주년 추모식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둘째) 대통령과 올레나 젤렌스키(오른쪽 셋째) 여사가 장병들과 함께 추모상 앞에 촛불을 놓고 있다./로이터 뉴스1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1년 9개월을 맞았다. 당초 수개월이면 끝날 것처럼 보이던 전쟁은 두 번째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대대적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사력을 다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전황은 양측이 일진일퇴를 이어가며 사실상 교착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시작된 대공세를 통해 러시아가 병합한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4주의 일부를 수복했으나, 러시아의 방어선(바그너 라인)에 막혀 큰 전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용의 이빨’이라는 불리는 강력한 콘크리트 장애물과 겹겹이 설치된 러시아군 참호가 서방의 최신 탱크와 장갑차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을 막아선 상황이다. 다만 남부 헤르손 주에선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 서안에 교두보를 마련하며 러시아군을 몰아붙이고 있다.

러시아군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의 동부 전선과 하르키우 등 북부에서 강력한 반격을 펼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꺾으려 하고 있다. 전선 곳곳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면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사상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를 각각 31만명, 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합 51만명으로, 지난해 11월(20만명)의 2.5배가 됐다.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공습의 강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개전 이후 총 641일간 우크라이나 전역에 2000회 이상의 공습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수도 키이우 지역에 쏟아진 공습만 900여 회다.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으로 지금까지 1만80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러시아는 특히 겨울철마다 발전소 및 변전소 등 에너지 시설을 집중 타격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의지를 꺾으려 한다. 우크라이나도 자체 개발 드론과 서방제 장거리 미사일로 크림 대교와 러시아 흑해 함대, 수도 모스크바 등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서고 있으나 실질적 타격은 미미한 상황이다.

또 한 번의 겨울이 닥치면서 전선의 교착 상황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기로 진창이 된 우크라이나 땅이 얼어붙으면 대공세가 재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양측 모두 병력과 보급 문제로 과감한 작전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 발발로 서방의 지원이 분산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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