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PS 혁명’ 이끌 새 무궁화 위성… “수천번 작동 테스트”

툴루즈(프랑스)/정철환 특파원 2023. 11.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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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1년 앞두고 조립 한창… ‘탈레스 스페이스 센터’ 가보니

유럽의 항공·우주 기업들이 모여 있는 프랑스 남서부 중심 도시 툴루즈. 지난 22일(현지 시각) 이곳 공항에서 차를 타고 교외를 향해 20분쯤 달리다 보니 하늘을 향한 대형 접시안테나가 그득한 건물들이 나왔다. 유럽 최대 인공위성 업체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의 위성 개발·제작 센터가 있는 곳이다. 삼엄한 경비 속에 신분 확인을 거쳐 안으로 들어가니 대학 캠퍼스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내년 4분기(10~12월) 발사 예정인 한국의 무궁화 6A 위성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탈레스 측은 설명했다.

무궁화 6A는 적도 위 동경 116도, 고도 약 3만6000㎞ 정지궤도에 머무는 통신위성이다. 우리나라 위성 기업 KT 샛(SAT)이 소유·운영한다. 위성방송과 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우리나라 위성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형 정밀 위성 항법 보정 시스템(KASS)’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셸 모네라 탈레스 프로젝트장은 “KASS는 지구상에서 수십m 오차(수평 최대 15m, 수직 최대 33m)가 나는 위성 항법 시스템(GPS)의 정확성을 오차 1~1.6m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이라며 “이 위성이 우주에 올라가 KASS 정보를 담은 전파를 쏘아주기 시작하면 GPS를 활용한 한국의 내비게이션(길 찾기) 서비스의 정확도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래픽=박상훈

◇삼엄한 경비 속 위성 제작… “결함 없애려 수천번 테스트”

위성 제작은 먼지의 유입과 발생을 극도로 억제한 ‘클린룸’에서 이뤄진다. 넓이 1만㎡(약 3000평) 클린룸은 보안 때문인지 밖에서 보면 일반적인 창고처럼 보이게 만들어져 있었다. 꼼꼼한 보안 검색 과정을 거쳐 클린룸으로 들어가니 마침 엔지니어 10여 명이 무궁화 6A 위성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탑재체(payload) 부분을 만드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로 1.5m, 세로 2m, 높이 2m 금속 상자 속에 전파 송수신과 증폭을 위한 중계기 부품 수십개와 함께, KASS 신호를 받아 다시 지상으로 쏘아주는 안테나와 중계기 부품이 차근차근 조립되고 있었다.

KASS가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다. 먼저 경기 양주와 강원 양양 등 국내 기준국 7곳에서 측정한 GPS 신호를 모아 오차를 측정한다. 이를 보정하는 데이터를 만들어 KASS 위성에 전달하면 위성이 이를 GPS와 호환되는 전파로 다시 쏘아보낸다. GPS 단말기가 이를 활용한다. 탈레스 측은 “가혹한 우주 공간에서 이런 기능들이 한 치 오차 없이 작동되려면 아무리 작은 결함도 용납이 안 된다”며 “수개월간 수천 번의 테스트를 거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증돼야 (시스템을) 우주에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제작이 완료된 탑재체는 위성의 추진부·전력 공급 장치 등이 들어 있는 몸통(platform)과 결합된다. 이후 최종 테스트를 거친 후 내년 4분기 안에 미국 플로리다로 옮겨져 미국 스페이스엑스(X)의 ‘팰콘 9′ 미사일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길 찾기 등 위치 기반 서비스 한층 정확해져

탈레스 측은 위성 발사를 1년 앞두고 특별히 한국 언론에 위성 제작 현장을 공개했다. 무궁화 6A는 지난 2010년 발사돼 곧 임무 수명(15년)이 다 돼가는 무궁화 6호 위성을 대체하는 동시에 KASS ‘2호 위성’ 역할을 한다. 1호 위성 역할은 지난해 6월 발사된 말레이시아 통신위성(Measat-3D)이 맡고 있다. 앞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은 각각 WAAS와 MSAS, EGNOS라는 위성 항법 보정 시스템(SBAS)을 상용화했다. 현재 운용되는 항공기 상당수가 이들 기술을 활용한다. 인도(GAGAN)와 러시아(SDCM), 중국(SNAS) 등도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리 정부는 2014년부터 약 1000억원을 투입, 프랑스 탈레스와 손잡고 KASS 기술을 개발, 상용화에 나섰다.

무궁화 6A가 내년 말 본격적 임무 수행을 시작하면 GPS를 이용한 위치 기반 서비스(LBS)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전파의 굴절 등으로 오류가 많은 기존 GPS 정보를 KASS가 보정해 훨씬 정확한 위치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각종 길 찾기 서비스가 더욱 빠르고 정확해진다. 특히 항공기와 무인기(드론)가 서로 충돌할 위험 없이 정확하고 빠른 경로로 다닐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시간은 물론 연료도 크게 절약된다. 이는 자동차의 자율 주행, 드론 택시, 로봇 택배 등 각종 무인 서비스의 기능도 크게 향상시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을 바로 잡아내 6분 내에 대응할 수 있게 되는 등 우리 안보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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