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 공모주 투자… 시총 1600억 기업에 6조 넘게 몰려

김은정 기자 2023. 11.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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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머티 상장 후 예상 밖 급등에, 이례적 공모주 열풍

상장 전 수요 예측과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 저조한 흥행 실적을 보였던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코프로머티) 주가가 상장 이후 급등하자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 때늦은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묻지 마’ 공모주 투자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는 지난 17일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17일 공모가 대비 58% 올랐고, 20~21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일주일 사이 3만6200원인 공모가 대비 170% 넘게 올라 9만9100원까지 급등했다.

그런데 올 하반기 상장 대어(大魚) 중 하나로 꼽혔던 에코프로머티는 상장을 앞둔 수요 조사 때는 성적이 저조해 흥행 실패로 인해 전체 IPO 시장에 먹구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 회사는 이달 초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17.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IPO 시장에서 가장 낮은 경쟁률이었다. 8~9일 일반 청약 때는 청약증거금을 3조6705억원 모으는 데 그쳤다. 지난달 5일 두산로보틱스 상장 때 33조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던 것을 감안하면 훨씬 저조했다. 반도체 기업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도 부담이었다. 에코프로머티의 상장 직전 파두는 올 3분기(7~9월) 매출이 작년 대비 98% 급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그래픽=김의균

◇에코프로머티 효과? 새내기주 급등

에코프로머티의 예상 외 ‘돌풍’으로 이후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탄소배출권 사업을 하는 에코아이는 지난 21일 상장 첫날 공모가(3만4700원) 대비 80% 올랐고,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이틀간 주가가 내렸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86% 오른 수준이다. 불과 일주일 전 일반 청약에선 경쟁률이 19대1에 그쳤고, 청약 증거금도 1776억원으로 관심이 저조했지만, ‘에코프로머티 효과’로 동반 상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공정 설비에 쓰이는 초고밀도 특수코팅 사업을 하는 그린리소스(208%), 계측 장비용 밸브 제조 기업 한선엔지니어링(162%), 반도체 부품 제작 회사 제이엔비(24%) 등도 상장 첫날인 24일 주가가 급등했다.

그래픽=김의균

상장 전 청약 단계에서도 ‘묻지 마’ 청약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 17일 청약을 마친 자외선차단제 원료 제조 기업 에이에스텍의 경쟁률은 1356대1을 기록했고, 증거금도 6조7687억원이 몰렸다. 공모가(2만8000원) 기준 시가총액이 1600억원에 못 미치는 기업인데, ‘에코프로머티 효과’로 과도한 관심이 쏠렸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에코프로머티 주가가 예상보다 높이 뛰면서 후속 IPO에도 청약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말, 다음 달 초는 올해 공모주의 끝물이라 ‘조금이라도 벌어보자’는 인식도 개인들이 IPO에 많이 참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과열된 IPO 시장… 피해 우려

에코프로머티 효과의 최대 수혜자는 다음 달 1~4일 일반 청약을 받는 LS머트리얼즈가 될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이다. LS머트리얼즈는 LS전선의 자회사로 차세대 이차전지로 불리는 울트라커패시터(UC)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머티 효과로 시장의 기대가 커진 데다 사실상 올해 마지막 IPO 대어라 상당한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PO 시장이 갑자기 과열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10월만 해도 최소 3조원 넘는 몸값으로 올해 IPO 시장의 대어 중 하나로 꼽히던 서울보증보험이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 예측에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PO 기업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어떻게 매출을 일으키는지, 그에 적정한 공모가는 얼마인지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은 공모가의 적정성보다는 당장 내일이나 모레 주가가 오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IPO 종목에 투자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황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이 때문에 공모 가격을 최대한 높게 잡으려고 할 것이고, 결국 주가가 제자리를 찾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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