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서정보]기시다 최악 지지율과 ‘아오키 법칙’

서정보 논설위원 2023. 11. 2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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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21%, 지지하지 않는다는 74%였다.

자민당 지지율도 24%에 그쳤다.

아사히와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이 25% 이하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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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21%, 지지하지 않는다는 74%였다. 자민당 지지율도 24%에 그쳤다. 아사히와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이 25% 이하로 나왔다. 모두 2012년 자민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이후 최악의 수치라고 한다. 그러자 여론조사 결과로 일본 정권의 붕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아오키 법칙’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아오키 법칙은 자민당 간사장과 관방장관을 지낸 아오키 미키오 전 의원이 제시한 것으로 3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각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의 합계가 50을 밑돌 때이다. 두 번째는 30 대 50 대 20 법칙으로 자민당 지지율 30%, 무당파 50%, 야당 지지율 20%의 비율이 무너질 때이다. 세 번째는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내각 지지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을 때이다. 마이니치 조사를 보면 내각과 정당 지지율 합계가 50을 밑돌고, 자민당 지지율은 30% 미만이며, 정권 지지율과 비지지율 차이가 50%포인트를 웃돈다. 아오키 법칙이 모두 들어맞는 상황이다.

▷올 5월만 해도 50% 안팎의 지지율로 “선진국 중 가장 안정적 기반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던 기시다 정권의 인기가 급락한 이유는 뭘까. 우선 일종의 디지털 주민증인 ‘마이 넘버 카드’를 서둘러 도입했다가 수많은 행정오류가 발생한 게 영향을 줬다고 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에서 불편을 초래한 것이다. 장남 비리 등 가족 문제와 자민당 소속 차관급 인사 3명이 스캔들로 낙마하는 인사 실패도 있었다. 집권 이후 증세를 부르짖다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1인당 4만 엔(약 35만 원)의 감세안을 내놓은 것도 역풍을 맞았다.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니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불만은 엔저 등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수출 위주의 대기업 실적은 좋아지고, 증시도 활황이지만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일본 물가상승률은 거의 매달 전년 대비 3%에 달하고, 실질임금은 1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30년 넘는 장기 저성장으로 물가 상승을 체감하지 못했던 일본인에겐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요즘 여론은 ‘감기가 걸려도 기시다 총리 탓’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고물가를 비롯해 잇단 정책 실패, 가족 비리, 인사 실패 등이 ‘종합세트’처럼 동시에 벌어졌으니 지지율이 바닥을 길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신뢰의 위기다. 여론조사에서 정부 경제정책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0∼70%대를 오간다. 정책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비전 없고, 권력 연장만 노리는’ 기시다 총리가 싫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정권이 몰락하는 과정은 어느 나라든 비슷한 것 같다.

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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