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근형]역대급 세수 펑크가 결식 어르신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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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런 예산까지 자르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최근 만난 서울의 A 구청장은 기초자치단체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역대급 세수 펑크로 정부가 긴축 모드에 돌입하면서 현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예산 삭감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구청장은 "덥석 물었다가 뒷감당이 안 되는 사업이 적지 않다. 달콤한 사탕도 거부하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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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서울의 A 구청장은 기초자치단체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역대급 세수 펑크로 정부가 긴축 모드에 돌입하면서 현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예산 삭감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털어놓은 사연은 다음과 같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시 산하 시설공단에서 파견 나온 자동차세 미납차량 영치담당요원이 있다. 세금을 안 낸 자동차를 찾아 번호판을 수거하는 요원들이다. 초임 요원은 연봉 3000만 원 안팎을 받는데 서울시가 인건비를 부담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퇴직, 계약만료 등으로 결원이 생겨도 서울시에서 충원을 안 해 준다는 것이다. 25개 구의 영치담당요원 수는 한때 100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30여 명까지 줄었다. 서울시는 “추가 채용할 만큼 일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자치구는 구비를 들여 추가 채용에 나서는 상황이다. A 구청장은 “자동차세는 시비로 들어가는데 부담은 구에 떠넘기는 모양새”라며 “정부의 긴축모드 전환 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해졌다”고 했다.
정부가 총 53조 원의 세수 펑크 사실을 공개하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교부세를 23조 원가량 줄이겠다고 밝히자 지자체들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존 사업은 줄이고, 신규 사업계획은 철회하는 등 각종 고육지책을 쏟아내고 있다. 복지 등 불가피한 사업 유지를 위해 빚을 내는 지자체까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지자체들은 세수 펑크 쓰나미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기초지자체들의 원성이 큰 이장·통장 수당 인상이 대표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안전관리,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 역할이 커진 이장·통장 수당 상한을 현행 월 30만 원에서 내년 월 40만 원으로 올렸다. 한데 그 부담은 구청 등 기초지자체가 지게 된다. 충청 지역의 B 군수는 “생색은 중앙이 내고 부담은 지자체가 지는 상황”이라며 “타 지역에서 수당을 올리면 지역 표심에 영향력이 큰 이장·통장들의 반발이 무서워 우리도 안 할 수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체 부담분 때문에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도 신규 공모사업을 마다하는 지자체들 역시 적지 않다.
지역 식당을 지정해 저소득 어르신 5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동행식당 사업이 대표적이다. 올해 100% 비용을 부담하는 서울시는 내년부터 자치구가 40%를 부담하는 방안을 내놨는데, 자치구들은 비용 부담을 우려해 사업 참여를 꺼리는 실정이다. 예산 한파 여파로 어르신 수백 명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구청장은 “덥석 물었다가 뒷감당이 안 되는 사업이 적지 않다. 달콤한 사탕도 거부하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전했다.
세수 펑크는 거시경제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중앙 정부와 광역지자체의 사업은 물론이고 기초지자체의 아주 작은 사업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종국에는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 공산이 크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멀어질수록 한파가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재정 당국이 되새기고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에 영향을 덜 미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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