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가진 신통한 힘[내가 만난 名문장/강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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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가장 좋은 글은 귀와 언어중추를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문장이었다.
1300년대 초반까지도 읽기는 '소리 내서 읽기'를 의미했다.
그러나 중국의 문호 요내(姚鼐·1731∼1815)는 소리가 의미에 선행하며 소리를 고르게 내어 반복적으로 책을 읽으면 그 뜻이 어느새 자기 안에 맺힌다는 이론을 오래전 설파했다.
처음엔 작게 내다가 점점 소리를 키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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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콜라핀토의 ‘보이스’ 중
동양도 마찬가지다. 인성구기(因聲求氣). 소리에 기인하여 기운을 구하다. 곧 ‘소리를 타야 기운이 찾아진다’란 뜻. 무엇이든 성독(聲讀), 즉 소리 내서 읽어야 좋은,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중고생 시절, 어학 과목은 무조건 외우라는 선생님들의 주문은 다분히 억압적이고 수긍하기 힘들었을 터. 그러나 중국의 문호 요내(姚鼐·1731∼1815)는 소리가 의미에 선행하며 소리를 고르게 내어 반복적으로 책을 읽으면 그 뜻이 어느새 자기 안에 맺힌다는 이론을 오래전 설파했다.
신속·편의·재미만을 좇는 터치와 클릭의 시대. 글과 문자만으로 소통하고 말과 소리가 소거된 세상이다. 말하기가 자꾸 싫어지는 것은 그 내용의 적절성, 스킬의 부실함을 걱정하는 이유도 있겠으나, 입·혀·턱 주변 근육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낯설고 귀찮은 탓도 크리라. 어떤 텍스트든 소리 내어 읽어 보자. 처음엔 작게 내다가 점점 소리를 키워본다. 내처 분명한 정확성과 깨끗한 명료성을 입힌다. 그러다 보면 자기만의 리듬이 생겨나고 자꾸 읽다 보면 그다음엔 말하고 싶어진다. 저절로 표현력이 강화된다. 소리의 신통한 힘이요 기운이다.
강성곤 전 KBS 아나운서·건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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