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경성의 예술가

2023. 11. 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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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의 엄혹함 속에서도 경성의 미술가와 문학가들은 마냥 어둡게만 있진 않았다.

경성의 예술가들이 빚어내는 시와 소설과 그림은 경성을 현대적인 사고의 원류 같은 것들이 아주 짧은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꽃피는 장소가 되게 했다.

식민지가 된 시대로부터 어떤 도움도 얻지 못해 불운했지만 단테, 보티첼리, 레오나드르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같은 피렌체의 천재 예술가들이 밝힌 르네상스의 빛을 '남의 땅이 된 빼앗긴 들'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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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의 엄혹함 속에서도 경성의 미술가와 문학가들은 마냥 어둡게만 있진 않았다. 시인(이상화)이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며 식민지가 된 조국을 아파한 시대에도 암울하게만 있은 건 아니었다. 야수파, 입체파, 미래파, 추상표현주의, 초현실주의와 같은 세계 첨단의 아이디어와 사조를 섭렵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예술을 창조해 갔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밑으로 끊기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멈추지 않았다. 경성의 천재 예술가들의 파란의 삶과 예술을 담은 책, ‘살롱 드 경성’(김인혜)이 알려주는 경성의 르네상스다.

“미술이 문학이 되고 문학이 음악이 되고 영화가 되는 융합의 시대.” “우리 문화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아방가르드했던” 시대. 경성의 예술가들이 빚어내는 시와 소설과 그림은 경성을 현대적인 사고의 원류 같은 것들이 아주 짧은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꽃피는 장소가 되게 했다. 그들은 사유와 창작의 우주에 대한 실험과 탐험에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붙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향한 고행의 길을 걸어갔다. 식민지가 된 시대로부터 어떤 도움도 얻지 못해 불운했지만 단테, 보티첼리, 레오나드르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같은 피렌체의 천재 예술가들이 밝힌 르네상스의 빛을 ‘남의 땅이 된 빼앗긴 들’에 밝혔다.

신비스러운 건 경성의 예술가들이 꿈꾼 세계에 이르기 위해 치러내야 했던 자신과 가족의 어둡고 힘든 애환과 고투가 시간이 흐른 뒤에 좋은 결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연재했던 박태원은 영화를 좋아해 어린 딸을 데리고 영화관을 다녔다. 그는 가족을 남겨둔 채로 북으로 갔는데,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던 딸의 아들은 후에 세계적인 영화감독(봉준호)이 되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4관왕을 석권했다. 소설 ‘날개’와 시 ‘오감도’로 경성을 떠들썩하게 한 ‘이상’의 절친이자 조력자인 화가 구본웅의 딸의 딸은 세계적인 발레리나(강수진)로 큰 명성을 쌓았다. 동양인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 최고 무용수 상을 받았다. 연습 그리고 또 연습으로 기형이 된 ‘못난 발’ 사진으로 세상을 숙연케 한 그는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봉사하고 있다.

경성의 예술가는 고달픔 속에서도 경이롭게 세상과 소통했다. 끝없는 열정과 집념이 배어있는 삶과 예술로 시간을 넘고 시대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된 소통을 하였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에 축복이 된 소중한 소통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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