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위성 촬영했다는 北 사진 미공개 왜?…과장·허풍·밑천 노출설[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11. 2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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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경 1호 괌·하와이 미군기지 촬영 주장하면서 정작 물증은 미공개
힌국과 위성 경쟁 조급증 발동 대내선전, 대외 과장·허풍 가능성
해상도 한국의 100분의 1 밑천 드러날까봐 조심할 수도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북한은 군사정찰위성으로 한반도 일대 사진을 촬영했고 이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24일 오전 10시 15분부터 10시 27분사이에 정찰위성이 조선반도를 통과하며 적측지역의 목포, 군산, 평택, 오산, 서울 등 중요 표적지역들과 우리 나라의 여러 지역을 촬영한 사진 자료들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하셨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21일 이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한 횟수만도 3차례이지만 정작 물증인 사진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이 자신들이 지난 21일 쏘아올린 군 정찰위성 ‘만리경 1호’로 서울과 평택, 오산, 부산 등 한반도는 물론 괌과 하와이의 미군기지도 촬영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군사 정찰 위성 발사 후 22일~25일 나흘 동안 3차례나 관제소를 들락날락하며 첫 번째 군사정찰위성 성공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성공의 물증인 사진은 6일이 지나도록 이례적으로 단 한 장도 내놓지 못해 각종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급한 김 위원장의 과장, 허풍이거나 수준 이하의 낮은 해상도를 공개할 경우 밑천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2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위성이 촬영한 사진들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오후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된 이후 지난 22일과 24일에 이어 세 번째로 관제소를 찾았다.

이번에 발사된 만리경-1호는 약 500㎏ 무게로, 고도 500여㎞의 저궤도를 돌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군 관계자들은 만리경-1호가 하루 세 차례 가량 한반도 상공을 지나갈 것으로 추산했고, 미국의소리(VOA)는 하루 2~4회 지나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매체들은 만리경 1호가 24일에는 목포·군산·평택·오산·서울을, 25일에는 진해·부산·울산·포항·대구·강릉은 물론 미국 하와이와 부산에 정박 중인 미 해군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또 앞서 22일에는 미국령 괌을 찍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군의 핵심 시설인 해·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미군 사령부는 물론 미 태평양함대까지 북한의 정찰 시야에 들어온 셈이다.

26일 오후 4시 20분 현재 북한 발사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위치 및 궤적. 엔투요 캡처

김정은 위원장이 세번 만에 만리경 1호를 우주궤도에 안착시킨 데 흥분한 나머지 진득하게 상황을 지켜보지 않고 성공을 과장했다는 이른바 과장설에 무게가 실린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특집 KBS1 라디오 저녁’에 출연해 북한의 발사 성공 주장은 과장됐다고 일축했다. 신 장관은 "정상 궤도에 진입하더라도 정상적인 정찰 임무를 수행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며 "김정은이 굉장히 기쁜 나머지 좀 오버(과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장관은 지난 22일 북한의 괌 촬영 주장에 대해 "괌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위성 분야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발사) 첫날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자마자 바로 사진을 촬영해 지상 관제소에 전송했다는 것은 과장이라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허풍설. 만리경 1호가 궤도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중요한 위성의 성능과 역할을 놓고 북한이 대내적으로 치적에 대한 선전효과를 노리고, 대외적으로는 위협을 과장하기 위한 이른바 ‘블러핑(허세)’, 과장 전술을 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과 정부 당국자들은 만리경-1호의 정상 작동 여부는 이번 주 초에나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당국자는 "애초 주말로 예상했으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 "한미가 공동으로 작동 여부를 분석 평가해야 하는데 미국 측에서 굉장히 신중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 위성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는 앞으로 며칠 내로 알 수 있다"면서 "다만, 북한이 이번 위성체가 찍은 사진을 공개할 경우 그 진위는 몇 개월 지켜봐야 가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위성이 제 기능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위성의 자세를 지구 방향으로 맞춘 후 자세 미세 제어에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면서 북한의 공개 보도에 대해 "위성 비행 경로를 가지고 (성과를) 부풀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위성이 찍은 사진이라고 주장해도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기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미리 찍은 사진을 위성체에 내장했다가 그 사진을 지상으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기만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세번째는 낮은 위성 해상도의 밑천이 드러날까봐 차마 사진을 공개하지 못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군사정찰위성이 촬영한 사진의 해상도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칼빈슨호를 식별했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사진의 해상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1차 발사 당시 우리 군이 수거한 만리경 1호의 주요 부품을 한미 전문가가 분석한 결과 해상도가 3m 정도여서 정찰위성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사한 위성 역시 그 정도 해상도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만리경-1호에 1차 발사 때와 같은 성능의 카메라를 달았고, 정상 작동한다면 흐릿하거나 흔들리는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 5월 북한의 1차 발사 때 인양한 낙하물을 분석한 결과, 당시 정찰위성에 장착된 카메라의 해상도가 3m급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군사적 효용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정찰위성은 촬영한 영상이 1m 미만의 물체를 파악할 수 있는 서브미터 해상도는 돼야 한다.

우리 군이 오는 30일 발사하는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0.3m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상도 3m급으로 추정되는 북한 정찰위성과 비교하면 100배 가량 정밀한 영상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고성능 카메라로 교체했다면 지난 5월 평가 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는 만리경-1호가 정상 작동하고 이 위성이 찍은 사진을 북한이 공개하면 한미 군 당국의 정밀한 판독을 거쳐서 알 수 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1일 오후 10시 42분경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된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발사를 현지에서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공중에서의 정찰 능력이 뒤처진 북한은 남측의 군사 및 국가 기간 시설 등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수집하고자 정찰위성 개발에 전력을 쏟았다. 북한으로서는 이라크전 등 최근 전쟁 양상이 ‘먼저 보고 때리는’ 데에서 승패를 가리는 만큼 정찰위성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매체가 만리경-1호 발사와 관련해 "김정은 동지께서는 이제는 만 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 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자기 수중에 틀어쥐었다고 하셨다"고 전한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여기에다 남측이 정찰위성 5기를 2025년까지 전력화하고, 수십기의 소형 위성까지 쏘아 올릴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의 SBIRS(신형 조기경보위성) 등 여러 첩보위성이 수집한 북한 전역에 대한 위성정보를 남측과 실시간 공유하는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등이 북한의 조급증을 더 키웠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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