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협력” 의지만 확인…정상회담 날짜는 못 잡아

박은경 기자 2023. 11. 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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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3개월 만에 외교장관회의…북 도발 등 지역 현안 논의
양자 회담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대만 문제 놓고 입장 차
부산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4년3개월 만에 부산에서 만난 한·중·일 외교장관이 3국 협력의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지만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열기로 하고 준비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의장국인 한국이 추진해온 연내 개최가 물 건너가면서 내년 초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26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오찬을 함께한 뒤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1시간40분간 진행됐다.

박 장관은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에 필요한 준비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3국 협력 체제의 최정점인 정상회담을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중·일은 지난 9월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에서 정상회담을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자고 합의했다.

박 장관은 또 “그간 코로나19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한동안 3국 협력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등 지역 정세와 국제 문제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박 장관은 “최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한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과 핵 개발은 역내 평화·안전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면서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일본·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는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일정과 의제를 사전 논의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3국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필요성에 합의했고 그 합의를 토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협의하고 준비를 가속화하기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확정된 외교 일정과 각국 국내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연내 개최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대만 문제에 관한 서로의 입장이 오갔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만 문제를 포함해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한 중국 측 입장 설명이 있었고, 우리 정부도 기본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대만 문제는 내정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취지를 각각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이 각자 입장을 설명했다.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나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승소 판결에 대한 양국 입장을 주고받았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에 박 장관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존중 의사를 나타내면서 “합의문에 나와 있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나가기 위해 양국이 노력해야 하는 점을 재차 밝혔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한·일은 미국의 반중국 구상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앞장서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중·일 외교장관이 한자리에서 협력에 관한 공감대를 이루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한·미·일 밀착 공조 흐름 속에 한·중·일이 실질적 협력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도 있다. 최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미·중 정상이 갈등 관리 모드에 들어감에 따라 한·중·일 협력에 대한 중국 측 필요성이 감소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이 소극적 자세를 보인다면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산 |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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