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도 “내 지역구로 시비냐”…‘희생’ 대신 ‘생’ 택한 국민의힘
주호영·장제원도 잇단 거부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어려운 지역에서 출마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혁신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인 위원장의 권고 형식으로 발표된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희생’ 혁신안은 혁신위 출범 후 한 달간 가장 주목을 받은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인 위원장이 지목한 대상들이 잇따라 권고안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혁신위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사진)는 지난 25일 울산 남구 의정보고회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울산을 변방의 중심으로 올려놓겠다는 각오로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여러분이 내리신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라며 “내가 내 지역구에 가는데 왜 그거 가지고 시비냐”라고도 했다. 울산 지역구 재출마를 시사하면서 혁신위의 권고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등 험지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영남 지역 중진 인사는 하태경 의원이 유일하다. 부산 해운대에서 3선을 한 하 의원은 지난달 7일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정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해운대가 아닌 서울에서 도전하겠다”고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하 의원의 선언 시점은 혁신위 출범 전이기에 혁신위 권고에 호응한 중진 의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대구 지역에서 5선을 한 주호영 의원은 지난 8일 대구 의정보고회에서 “정치를 대구에서 시작했으니 대구에서 마쳐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대표적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지역구 세력을 과시하며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반발했다.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을 다녀왔다”며 “경남 함양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중진·윤핵관 인사가 모두 ‘희생’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총선 험지 출마 의사를 드러낸 상태다. 원 장관은 지난 25일 인 위원장과의 오찬 회동 후 “우리가 선택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느냐 버림받느냐의 길이기 때문에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고 말했다. 원 장관의 출마지로는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이 거론된다. 다만 대선 출마를 노리는 원 장관은 이 대표와의 맞대결을 통해 전략적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혁신위가 요구하는 ‘희생’과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위의 60일 임기는 다음달 24일까지다. 26일로 반환점을 돌았지만 지도부·윤핵관·중진의 불출마·험지 출마를 비롯한 주요 혁신안은 당내 인사들에게 외면받은 채 공회전하고 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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