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드웨어가 문제”…진짜 문제는 ‘관리 소홀’[뉴스분석]
네트워크 오류서 물리적 손상으로
장애 원인 발표 주말 새 오락가락
문제 ‘라우터’ 2016년 미국서 도입
새 기능에만 치중, 오류 대응 안 돼
전국 지자체 민원 서비스를 마비시킨 지방행정전산망 오류에 대해 정부가 ‘라우터 포트’의 물리적 손상을 원인으로 결론 내렸다.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포부가 무색하게 가장 기본적인 유지·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이은 행정망 사고를 수습해야 할 행정안전부의 전문성을 갖춘 대책도 보이지 않아 신뢰 회복은 난망해 보인다.
행안부는 지방행정전산망 ‘새올’ 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된 라우터를 포함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관리하는 하드웨어 장비 중 내용 연수가 경과한 경우와 연결 단자 접속상태를 우선 점검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또 행정망을 개별 관리 중인 모든 기관에 전산장비를 점검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루 전날인 지난 25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는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전국 지방행정전산망 장애 원인을 ‘포트 불량’이라고 발표했다. 정부 행정망은 지난 17일 ‘새올’이 문제를 일으킨 후 유사한 장애가 일주일간 네 차례 발생했다.
TF 공동팀장인 송상효 숭실대 교수는 브리핑에서 “지자체 행정망 오류의 원인은 라우터(네트워크 장비)에 케이블을 연결하는 모듈의 포트 이상”이라고 밝혔다. 부품 하자로 데이터 송수신 통로에 장애가 생겨 사용자 인증 시스템이 먹통이 됐다는 것이다. TF는 당초 네트워크 장비(L4 스위치) 오류를 지목한 행안부의 추정과 달리 하드웨어의 물리적 손상 문제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행정망 관리 주체인 행안부의 디지털 전문성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가 된 라우터는 2016년 미국에서 도입된 것으로 노후화된 장비도 아니어서 향후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정확한 원인 파악이 완료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남게 됐다.
더욱이 주말에 열린 긴급 브리핑은 ‘새올’에 대한 분석만 내놓았을 뿐 잇단 전산망 장애에 대한 종합적인 원인 규명이나 대책은 없었다. 주민등록과 모바일신분증 등 개인정보를 다루는 국가 행정망에 잦은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과 함께 사고 수습에 우왕좌왕하는 정부 대응으로 국민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3~25일 부산에서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를 열고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홍보 중이었다. 그러나 24일 박람회에 마련된 ‘모바일신분증’은 발급 서비스 장애로 부스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행정의 ‘새로운 기능’에 치중하기보다 ‘안전성’을 위한 유지·보수에 더 주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유럽 등의 기술력이 상당히 높아진 현재로선 ‘IT 강국 한국’은 옛말”이라며 “국가 정보화와 전자정부에 대해 정부가 신규 서비스에 치중해 기존 시스템의 유지와 업그레이드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행안부 정보화 사업 예산안을 보면 올해 127억원 수준이었던 행정정보 공동 이용 시스템의 유지·보수 예산은 53억7000만원으로 줄었다.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전자정부 구축은 2022년 22억원 수준에서 내년 8억원으로, 지방재정 정보화 사업도 같은 기간 155억원에서 56억원으로 규모가 대폭 줄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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