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돌연 경질…1·2차장도 싹 바꿔
윤 대통령, 귀국 직후 사표 수리
내부 인사 잡음에 사실상 ‘문책’
신임 1차장 홍장원·2차장 황원진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사진)의 사표를 수리했다.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도 교체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장을 비롯한 수뇌부 3명이 동시에 물러났다. 반복된 국정원 내부 인사 잡음의 책임을 물은 사실상 경질성 인사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원장과 권 1차장, 김 2차장 등이 낸 사표를 수리했다고 대통령실 대변인실이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 영국 공사, 신임 2차장에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을 임명했다. 1차장은 해외 정보, 2차장은 대북 정보를 총괄한다. 홍 1차장은 국정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함께 맡을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신임 1, 2차장은 해외 정보와 대북 정보에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장 등 교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 파리 방문을 마치고 이날 아침 귀국한 뒤 이날 오후 즉각 이들 사표를 수리하고 언론에 공지했다.
대통령실은 “김 원장은 정권 교체기에 국가 최고 안보 정보기관으로서의 국정원 위상을 재정립하고 우방국 정보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경질 의미가 강하다. 국정원 내부의 인사 잡음이 계속 불거져나온 것을 두고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북 대응을 강화하고 해외 정보에서도 북한 관련 정보를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변화를 상당 기간 고심했고 지금이 적정한 시점이라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조직과 인사 관련 정보가 모두 기밀이지만 최근까지 인사 문제로 인한 분란이 계속되며 외부로도 알려져 왔다. 지난 6월에는 윤 대통령이 국정원 1급 간부 7명의 보직 인사를 재가했다 일주일 만에 인사발령을 취소해 파문이 일었다. 김 원장 측근이 부적절하게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당시 김 원장 교체설을 일축하고 재신임했지만, 그 뒤로도 인사 파열음이 외부에 노출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에도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돌연 사직하면서 배경에 인사 갈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새 국정원장 후보로는 김용현 경호처장과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등이 거론된다. 다만 신임 국정원장 인선은 서두르지 않고 시일을 두고 이뤄질 것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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