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외국에는 없는 한국의 먹거리 ‘콩나물’
우리가 먹는 음식 가운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콩이다. 콩의 발상지가 오늘날 중국과 맞닿아 있는 우리나라 두만강 유역이다. 이런 콩이 18세기 중엽에 유럽으로 건너갔고, 미국에서는 19세기 초에 재배되기 시작했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작물인 만큼 콩은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한국인이라면 아무리 콩을 싫어해도 콩을 먹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음식의 맛을 내는 데 기본적으로 쓰이는 간장·된장·고추장 등이 콩을 주재료로 한다. 콩을 삶아서 찧은 뒤 덩이를 지어서 말리면 ‘메주’가 된다. 이 메주를 소금물에 30~40일 담가 우려낸 뒤 그 국물을 떠내어 솥에 붓고 달인 것이 ‘간장’이다. 그렇게 간장을 담근 뒤에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가 ‘된장’이다. 또 고추장을 만들 때 반드시 넣어야 하는 것이 메줏가루다.
콩이 한국인의 대표 먹거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식재료가 콩나물이다. 오늘날 콩을 나물로 키워 먹는 민족은 우리가 유일하다. 녹두의 싹을 틔워 키운 ‘숙주나물’을 먹는 나라에서도 콩나물은 안 먹는다. 문헌상으론 중국의 <신농본초경> 등에도 콩나물을 가리키는 ‘대두황권(大豆黃卷)’이 나오지만 현재 중국인 식탁에선 콩나물을 찾기 어렵다. 반면 우리는 고려 때의 <향약구급방>에 콩나물을 말려 약재로 쓴다는 기록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전국적으로 콩나물이 들어간 음식이 매우 많다.
한편 콩을 발아시킨 것이 콩나물이므로, 녹두를 발아시킨 것은 ‘녹두나물’이 돼야 한다. 하지만 녹두나물은 표준어가 아니다. ‘숙주나물’ 외에 ‘녹두채’ ‘숙주채’ 등이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 녹두나물을 숙주나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조선 세종 때 인물 신숙주와 관련한 설이 있다. 그는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를 빼앗은 세조를 도왔다. 누군가의 눈에는 절개가 없는 인물로 비칠 수 있다. 그런데 숙주나물은 음식으로 만들면 한나절 만에 상한다. 이처럼 쉽게 상하는 것이 신숙주의 절개와 같다고 해서 ‘숙주나물’로 불리게 됐다는 설이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얘기일 뿐 국립국어원의 공식 견해는 아니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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