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에너지 전문가 “윤석열 정부 ‘무탄소 연합’ 들어본 적 없다”

강한들 기자 2023. 11. 2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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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드미트리 페샤 동아시아 프로그램 리더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한 공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최근 감사원은 지난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무리하게’ 높였다고 밝혔다. 당시 산업부 내부에서도 이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게 근거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APEC 정상회의에서 “기후 위기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4월 정부는 제1차 탄소 중립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줄였다.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전체 온실가스 중 현 정부가 담당할 감축량은 25%에 불과하다. 다음 정부는 3년 만에 나머지 75%를 감당해야 한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독일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드미트리 페샤 동아시아 프로그램 리더를 만났다. 페샤는 지난 15일 녹색전환연구소의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한국은 어디쯤 와 있나’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꼽힌다. 녹색전환연구소 등 한국 싱크탱크와 함께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K-MAP’ 등을 발간하고 있다. 페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적어도 60%의 저탄소 전력이 필요하다”라며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후퇴하면 오히려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를 급격히 늘려야 해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독일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드미트리 페샤 동아시아 프로그램 리더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한 공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한국은 2022년 9.2% 정도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21.6%+α’까지 늘리기로 했다. 독일의 기후 위기 완화(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독일은 아예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꿈꾸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2030년까지 모두 폐쇄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0%가 목표다. 페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천연가스 공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독일은 가스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했고, 가격이 폭등했다”라며 “재생에너지가 가장 저렴한 독일에서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해야 장기적으로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22년 기준으로도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한국의 4배가 넘는 43%다. 그런데도 독일은 8년간 37%포인트를 더 늘리기로 했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이를 달성하려면 2025년부터 매년 20GW씩 태양광 발전을 늘리고, 7~8GW씩 풍력발전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본다. 2022년 한국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다 합치면 29.2GW 정도다.

독일은 연방 정부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다른 가치와 충돌할 때 재생에너지 보급을 ‘법적 우선순위’로 뒀다. 소규모 태양광 활성화를 위해 각종 행정 규제를 간소화했다. 주 정부가 풍력 발전을 위해 국토의 2%를 부지로 제공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현재 풍력발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지는 국토의 1% 수준이다. 각 주는 풍력 발전에 쓸 수 있는 부지를 찾고, 부족분은 다른 주와 협상을 통해 채운다. 페샤는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라며 “시민이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태양광, 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페샤는 한국 정부가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봤다. 페샤는 “뒤처진다는 이미지가 생기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실성이 낮아지고, 한국 산업계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산업 자체가 세계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라며 “예를 들어 포스코가 중국, 유럽 등 철강 제조사와 ‘넷제로 경쟁’을 할 때 미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전 중심 ‘무탄소 연합’에 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페샤는 “한국에 오기 전 이 연합에 대해 들어본 적 없고, 한국 정부의 홍보가 적어도 독일에서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원전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일부 국가가 동참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상상할 수 있지만, 원전은 비싸다. 오히려 RE100이 강화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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