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가자의 ‘짧은 휴전’

안홍욱 기자 2023. 11. 2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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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슈나이더아동병원에서 요니 애셔(왼쪽에서 두 번째)가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25일 석방된 두 딸, 아내와 재회하며 기뻐하고 있다. 슈나이더아동병원 제공/AFP연합뉴스

2006년 6월25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 8명이 지하터널을 이용해 가자지구 경계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이스라엘의 갈리드 샬리트 상병(당시 19세)을 납치했다. 이스라엘은 샬리트를 구출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공습한 ‘여름비 작전’을 전개했다. 샬리트가 돌아온 건 5년 뒤인 2011년 10월이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내줬다. 1983년에는 이스라엘 군인 6명과 팔레스타인·레바논 수감자 4700여명을 교환했다. 이렇듯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은 인질 교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인질 교환은 때론 딜레마적 상황에 놓인다. 이스라엘을 무너뜨리려는 하마스와 협상해야 하고, 석방자에 하마스 주요 인사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12년 전 샬리트 석방의 대가로 풀려난 야히야 신와르는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진두지휘한 하마스 수장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개전 48일 만인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임시 휴전에 들어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240명 중 50명을 순차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풀어주는 조건이다. 24·25일 이틀간 하마스는 어린이·여성 등 26명을, 이스라엘은 78명을 맞교환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곳곳에선 돌아온 이들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상봉한 이스라엘 가족은 모처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자식이 하마스에 억류돼 있고,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가족들에겐 고통스러운 기다림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에도 안도와 한숨이 교차한다. 밤낮으로 이스라엘의 폭격에 시달린 한 주민은 휴전 기간 잠을 자고 싶다고 했다. 생필품을 구하거나 피란으로 떠나온 집에 가보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전쟁통에 가족이 숨지거나 흩어진 이들에겐 슬픔이 밀려온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 숙면, 장보기…. 전쟁이 없었다면 소소한 일상이다. 나흘간의 짧은 휴전은 전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준다. 이스라엘은 “휴전이 끝나면 최소 2개월간 치열한 전투를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가자지구가 또다시 기약 없는 긴장과 불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아야 하는가.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야 한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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