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협력 조속 복원화 합의”···대만·후쿠시마 오염수 등 이견은 여전
4년 3개월 만에 부산에서 만난 한·중·일 외교장관이 3국 협력의 중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3국 간 협력 최정점으로 꼽히는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지만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열기로 하고 준비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의장국인 한국이 추진해 온 연내 개최가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내년 초를 염두해 준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은 26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오찬을 함께한 뒤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1시간 40분간 진행됐다.
박 장관은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의에 필요한 준비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중국, 일본 외교장관과 “3국 협력 체제의 최정점인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중·일은 지난 9월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에서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자고 합의했다.
3국 외교장관은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박 장관은 “그간 코로나19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한동안 3국 협력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오늘 회의에서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등 지역 정세와 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박 장관은 “최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한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과 핵 개발은 역내 평화·안전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면서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바탕으로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일본·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찬메뉴도 3국의 식자재를 활용해 한·중·일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 이중 삼색 밀쌈은 국산밀로 색을 낸 밀쌈(흰색)과 가미카와 외무상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시즈오카의 특산품 녹차로 색을 낸 밀쌈(초록색), 2000년 전 중국 한나라 황제가 즐겨 먹었던 홍국미로 색을 낸 밀쌈(붉은색) 등 세 가지 색으로 화합을 표현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특히 왕 위원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한국식 짜장면도 포함됐다.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당시 박 장관이 왕 위원의 방한을 언급하자 왕 부장이 “짜장면을 먹으러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앞서 일정과 의제를 사전 논의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3국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 필요성에 합의했고 그 합의를 토대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협의하고 준비를 가속화하기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확정된 외교 일정과 각국 국내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연내 개최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여러 방안을 두고 일본, 중국 측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국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자 회담에서는 대만 문제나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각국의 입장차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날 오전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대만 문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이 오갔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만 문제를 포함해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한 중국 측 입장 설명이 있었고, 우리 정부도 기본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중국 측은 대만 문제는 내정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취지를 각각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이 각자 입장을 설명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측은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반면 왕 위원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전날 오후 부산에서 열린 중·일 외교장관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대만 문제를 두고 이견을 나타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미카와 외무상은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조치를 즉각 중단해달라고 요구했고, 왕이 위원은 핵 오염수 반대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일본의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점을 비판했다. 일본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으나 왕 위원은 “일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압박했다.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한·일은 미국의 반중 구상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앞장서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중·일 외교장관이 한 자리에서 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한·미·일 밀착 공조 흐름 속에 한·중·일이 실질적 협력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도 있다. 최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미·중 정상이 갈등 관리 모드에 들어감에 따라 한·중·일 협력에 대한 중국 측 필요성이 감소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3국 장관 회의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추진했으나 왕이 위원의 일정 문제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소극적 자세를 보인다면 정상회의 성사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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