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너희가 대학을 믿느냐

박영서 2023. 11. 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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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어느 대학 어떤 학과를 지망할지를 두고 고민이다.

전 세계를 덮친 감염병, 점점 더 빨라지는 기술과 산업의 변화, 인구 절벽이 대학의 최후를 묻고 있지만 대학은 어떤 이유에서든 살아남을 것이다.

책은 900년의 대학 역사를 돌아보며 각 시대에 어떤 대학이 있었는지, 대학을 향한 시대의 요청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대학 변화를 이끌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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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대학
김재춘 지음/학이시습 펴냄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어느 대학 어떤 학과를 지망할지를 두고 고민이다. 입시설명회가 학부모와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이유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은 위기에 처했지만 여전히 그 위력은 강력하다. 전 세계를 덮친 감염병, 점점 더 빨라지는 기술과 산업의 변화, 인구 절벽이 대학의 최후를 묻고 있지만 대학은 어떤 이유에서든 살아남을 것이다.

좋은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대학의 이념은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는 하나의 정답은 없다. 지식인들의 학문·교육 공동체였던 중세 대학, 여러 기관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근세 대학, 국가 체제하에서 운영된 근대 대학, 경쟁 교육과 평등 교육을 넘나드는 현대 대학에 모두 '좋은 대학'의 실마리가 있다. 각 시대와 사회의 부름에 응답해 변모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시대별 지배 권력과 지배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던 대학이 그에 저항하고 타협하며 다음 시대를 열기까지, 그 여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책은 900년의 대학 역사를 돌아보며 각 시대에 어떤 대학이 있었는지, 대학을 향한 시대의 요청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대학 변화를 이끌었는지 살펴본다. 대학이라는 제도가 처음 등장한 중세부터 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이 패권을 쥔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모습과 대학을 둘러싼 힘의 역동이 어떠한지를 촘촘히 고찰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지형과 경계선을 조감하면서, 이제 어떤 지형과 경계선 위의 대학을 만들어 갈 것인지도 탐색한다.

대학의 '역사'에 초점을 둔 훌륭한 책은 이미 나와있지만 대학 구성원으로서, 대학과 대학 교육을 경험하고 연구하는 이로서, 대학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대학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에 관여한 이로서 저자의 해석은 기존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이다. 저자는 세계 대학 평가, 대학 구조조정, 대학 재정 지원 사업 등 현재 한국 대학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본문과 각주를 넘나들며 더 나은 대학을 위해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이에 더해 부록을 통해 한국 대학의 역사를 개괄함으로써 대학 역사를 통시적·공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대학이 마주한 위기는 다중적이고 총체적이다. 그러나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900년 역사 속에서 대학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살아남았다. 교육부 차관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을 지낸 저자는 오늘날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지난 역사 속에서, 그 오래된 미래에서 찾자고 한다. 입시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을 선택하기에 앞서 대학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학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한번쯤 조망해 보기에 딱 맞는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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