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말한다] 소상공인이 아니라 微少企業이다
최근 국민통합위원회에 소상공인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그간 시혜성 보호·지원 위주 정책의 한계를 감안, 소상공인의 자생력 높이기가 목표다. 효과적인 대책을 만들기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소상공인 정책의 정체성 확립이다. 중소기업은 매출액에 따라 중기업과 소기업으로 나뉜다. 소상공인은 업종별 연간 매출액이 10~120억원 이하면서 상시근로자가 5인(서비스업) 또는 10인(제조업) 미만인 소기업을 말한다. 예로 음식점업은 연간 매출액 10억원 이하이고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이면 소상공인이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혁신능력·경쟁력에 따라 흥망성쇠한다. 소상공인은 기업 분류의 하나인데도 다른 기업과 달리 사람(人)이라는 명칭이 붙어있다. 그러니 기업정책 목표로는 타당하지 않은 생존권·인간다운 생활 보장 요구가 많다. 하지만 가난한 약자 보호는 사회·복지정책 영역이다. 미소기업(微少企業, micro-enterprise)으로 명칭을 바꿔 정책목표 혼동을 방지해야 하는 이유다.
다음은 소상공인의 '영세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소상공인 여부는 사업주의 금융자산·부동산 등 다른 자산·소득과 관계없이 결정된다. 경제공동체인 가구 전체의 자산·소득을 고려하는 것도 아니다. 사업주가 영위하는 사업장·업종이 여럿이라도 매출액과 상시근로자를 합산하지도 않는다.
2000년에 시행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복지부가 운영중인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과 차상위계층 지원은 가구별로 근로·사업·이전 등 모든 소득과 재산을 고려해 소득인정액을 산정한다. 이를 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 줄을 세울 때 중간인 가구의 소득(중위소득, 2023년 월 540만원, 4인가구 기준)과 비교하여 세금으로 252만명(2023년 6월 기준)에게 생계비·주거비·의료비·교육비 등 7가지 급여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65세이상 노인 대상 기초연금도 모든 소득과 재산을 평가해 일정 수준 이하인 665만명에게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소상공인은 영세하다는 단편적 인식에 바탕을 둔 많은 제도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일례로 가입자가 170만명 이상인 노란우산공제는 폐업 시 생계유지를 위한 압류 금지, 500만원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정치권은 의사인 이번 정부 복지부장관 후보자가 월 임대소득이 2300만원인데도 가입하고 있어 몰염치하다고 비판했다. 노란우산공제가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세테크 수단이 되는 것은 오래된 문제이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정부가 생존권·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목표로 도입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제도'도 같은 문제가 있다. 신청 업종을 현장 조사한 실무자들이 종종 '가보니 외제차 타고 다니던데요'라고 하는 이유다. 코로나 확산 시 집합 금지·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한 매출 감소·영업 손실 피해는 모두에게 발생했지만 약자로 간주되는 소상공인에게는 손실보상금 52.8조원이 지급되었다. 영세하지 않은 사업주도 받았음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잘못 지급된 손실보상금의 환수 면제까지 논의됐다.
2022년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의하면 가구주 직업별 순자산은 임시·일용근로자 2억원, 상용근로자 5억원인데 자영업자는 5억 4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전체 가구의 56%가 순자산 3억원 미만이며, 가구당 평균소득은 6414만원이다. 이 통계는 매년 한국은행·금융감독원·통계청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전국 가구의 자산·부채·소득 및 노후생활 등에 대한 대규모 조사결과다. 단순 설문조사가 아니라 국세청, 연금공단 등의 행정통계를 바탕으로 하므로 신뢰도가 높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의한 중위소득 산정 근거가 되는 이유다.
당해 사업장 매출액, 상시근로자 수 같은 유동적 지표로만 약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진정으로 상황이 열악한 소자산·저소득자를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면서 재정부담만 높일 뿐 아니라 유리지갑 월급 소득자나 경제적 약자 부담으로 강자를 돕는 불공정을 배제할 수 없다. 중위소득 50%이하 가구인 차상위계층까지는 두터운 약자 보호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은 경쟁력 제고가 목표다. 이를 혼동하면 혈세 낭비와 형평성 위배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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