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브 타는 수녀들, 흥겨운 천국으로 보내드립니다.
화려한 무대·조명·영상으로 '180도 변신'
'인어공주' 알란 멘켄의 중독성 강한 음악
올 겨울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뮤지컬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일요일 아침은 복음으로 뿜뿜, 발꼬락(발가락) 끝까지 흥을 뿜어내~.”
뮤지컬 ‘시스터 액트’가 개막한 지난 21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2막 시작과 동시에 공연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열기의 주인공은 바로 수녀들. 넘버 제목도 ‘일요일 아침의 열기’(Sunday Morning Fever)다. 70년대 디스코 열풍을 일으켰던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를 패러디한 제목이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선보였던 뮤지컬 ‘시스터 액트’가 ‘K뮤지컬’의 노하우와 만나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레베카’, ‘모차르트!’ 등을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인터내셔널 프로덕션’(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뮤지컬의 영어 공연권을 확보해 투어 공연을 직접 제작하는 것) 첫 작품이다. 김지원 프로듀서를 필두로 EMK뮤지컬컴퍼니와 함께 10년 넘게 한국에서 작업하며 누구보다 국내 관객을 잘 이해하는 로버트 요한슨(연출), 오유경 디자이너(의상), 구윤영 디자이너(조명) 등 국내 창작진이 참여해 원작을 180도 탈바꿈시켰다. ‘스위니 토드’, ‘마틸다’로 재치 넘치는 번역을 보여준 김수빈 작가가 번역과 자막 작업을 맡았다.
원작은 우피 골드버그 주연으로 1992년 개봉한 동명 영화다. 가수 지망생인 들로리스가 애인인 갱 두목 커티스의 살인을 우연히 목격한 뒤 증인 보호를 위해 신분을 숨기고 수녀원에 들어가 성가대를 이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뮤지컬은 원작 스토리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시간은 1970년대 후반 장소는 소울, 디스코 음악의 중심인 미국 필라델피아로 바꿨다. 뮤지컬이 원작 영화보다 한층 더 흥겨운 무대를 선보이게 된 배경이다.
중독성 강한 음악도 인상적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의 음악을 맡았던 유명 작곡가 알란 멘켄의 솜씨다. 미국 브로드웨이 등에서 활동하는 실력파 배우들로 채워진 출연진은 2개월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국내에선 김소향 포함 총 6명이 무대에 올라 ‘쫀쫀한’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배우들이 오직 한국 관객만을 위해 준비한 ‘깜짝 커튼콜’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극 전개가 다소 헐거운 부분도 없진 않다. 그러나 올 겨울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뮤지컬임엔 분명하다. 그 중심엔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있다. 연출을 맡은 요한슨은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랑이라는 주제로 오늘날 우리가 많이 놓치고 있는 서로에 대한 존중, 예의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화두로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스터 액트’는 내년 2월 11일까지 공연한다. 국내 13개 도시 순회 공연과 아시아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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