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끌 가계부채’ 자극하는 청년 주택 정책 우려 크다
정부와 여당이 무주택 청년에게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는 ‘청년 내집 마련 123주거지원 프로그램’을 지난 24일 발표했다. 청년(만 19~34세) 전용 주택청약통장을 신설해 청약 당첨 시 2%대 장기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새 청약통장은 연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 청년이 가입 대상이다. 연 4.5%의 저축 이자를 지급하고, 청약에 당첨되면 연 2.2%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최장 40년 대출을 해준다는 계획이다. 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6%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인 조건이다. 결혼하면 0.1%포인트, 첫아이를 낳으면 0.5%포인트, 추가 출산 시 1명당 0.2%포인트의 우대금리도 부여한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할 정도로 가계 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까지 빚을 늘리는 정책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결혼·출산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국 ‘빚내서 집 사라’는 선심성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은행 대출 기준을 강화한 게 불과 2개월 전이다. 한국은행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 부채는 1875조6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14조3000억원(0.8%)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3개월 새 17조3000억원 급증했다.
무주택자 비율이 60%에 육박하는 40·50대 중장년층은 정책에서 소외돼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집 없는 설움과 불편은 청년층보다 자녀가 있는 중장년이 더 심하다. 정부는 2025년부터 매년 10만명의 청년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추산했지만, 서울 등 인기 지역에서는 집값이 대폭 하락하지 않는 한 ‘희망 고문’이 될 수밖에 없다. 대출 대상 주택은 분양가 6억원 이하에 전용면적 85㎡ 이하인데,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아파트 분양 물건은 드물다.
청년을 비롯해 무주택자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원인은 은행 대출 장벽 탓이 아니라 집값 자체가 터무니없이 높기 때문이다. 대출로 집을 사게 하겠다는 정책이 청년들의 ‘영끌’을 자극해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채를 불안하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진정으로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지원할 요량이라면, 품질·교통이 좋은 공공·임대 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전세 사기 방지 대책부터 확실히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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