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EU 흔드는 극우 바람

김능현 논설위원 2023. 11. 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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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성향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하원 150석 중 37석을 확보해 제1당으로 급부상했다.

현 집권당인 중도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연정 불참'을 선언해 난항이 예상되지만 빌더르스가 연정 구성에 성공해 총리가 된다면 유럽연합(EU)은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극우 득세 현상이 유럽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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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성향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하원 150석 중 37석을 확보해 제1당으로 급부상했다. 현 집권당인 중도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연정 불참’을 선언해 난항이 예상되지만 빌더르스가 연정 구성에 성공해 총리가 된다면 유럽연합(EU)은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빌더르스가 EU 탈퇴와 반(反)이민정책을 강하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자유당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1년 후인 2017년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 Nexit)를 요구하며 국민투표안을 발의했었다. 당시에는 의원 150명 중 14명만 찬성해 국민투표 실시까지 가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네덜란드 국민의 넥시트 지지율은 2017년에도 48%에 달할 정도로 높았는데 이번 자유당 돌풍을 보면 현재는 지지율이 더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시리아 난민이 몰려든 2015년부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세가 잠시 꺾였으나 최근 팬데믹 종식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이민자와 난민들이 밀려들자 다시 세를 불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집권했다. 스웨덴·핀란드·스페인·불가리아·오스트리아 등에서도 우파나 극우 정당이 약진하고 있으며 나치즘 트라우마가 있는 독일에서조차 극단적 반이민을 표방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내년 6월 유럽 의회 선거와 2027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정당이 득세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고립주의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극우 득세 현상이 유럽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극우 정치인인 하비에르 밀레이가 승리했다.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극우 세력의 득세는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되는 국제 정세에서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교한 실용 외교를 해야 할 때다.

김능현 논설위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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