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하게 사람 잡는데 그냥 둬?”…선진국은 이미 세금으로 막았다 [사이언스라운지]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11.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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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 [사진=위키피디아]
과일에 설탕과 물엿을 추가해 굳힌 중국 간식인 ‘탕후루’가 과도한 설탕 함량으로 당뇨병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에서 ‘설탕세’를 도입하니 올해부터 2043년까지 20년 간 160억 유로(약 22조 원)의 절약 효과가 기대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도한 설탕 섭취로 발생하는 환자들의 수가 줄고, 환자들에 투입되는 공적 비용 역시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미카엘 락시 독일 뮌휀기술대 공중보건학과 교수와 크리스 크리프리데모스 영국 리버풀대 인구건강연구소 교수 공동 연구팀은 22일 이 같은 분석을 담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신’에 발표했다.

‘21세기의 담배’로 불리는 설탕은 각종 만성질환과 여러 질병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설탕을 과잉 섭취하면 비만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뇌 기능을 저하시킨다. 또 설탕은 기분과 행동을 좌우하는 신경전달물질을 교란시킨다. 신경염증반응까지 일으켜 우울증 위험을 증가시킨다.

설탕은 뇌 기능은 물론 크기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기억력의 중추인 해마를 위축시키고 이는 기억력 감퇴를 유발한다. 단 맛에 끌려 군것질을 자주 하다보면 뇌 손상은 가중되고 치매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이 밖에 비만, 당뇨병, 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가령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많은 포도당을 소비하는데, 설탕을 많이 먹으면 암세포 성장과 진행을 촉진시킬 수 있다.

해외국들은 국민의 설탕 섭취를 막기 위해 설탕이 들어간 음식의 제조나 수입, 유통, 판매를 담당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부과하는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다. 1990년대 세계 최초로 노르웨이가 설탕세를 도입했고 뒤이어 헝가리와 프랑스, 핀란드, 태국, 영국, 이탈리아 등 약 30국에서 설탕세를 도입했다.

설탕세 도입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국민 건강보건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에서는 2018년 설탕세 시행으로 어린이 식품의 설탕 함량이 약 2.9% 감소했으며, 매년 6000여명의 초등생들의 비만을 예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따라 독일도 설탕이 들어간 음료 등에 설탕세를 부과하는 정책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락시 교수팀은 이 정책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기존에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2043년까지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현재의 가격에 20%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가정했다.

분석에 따르면 설탕세를 부과하면 1인당 하루 설탕 소비량이 약 1g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49세 사이 남성의 경우 하루 설탕 소비량이 약 3g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일일 설탕 소비량은 1인당 약 95g이다. 연구팀은 “이 점을 고려하면 수 g 줄어든 것이 적어 보이지만 설탕이 든 음료 소비가 사람마다 크게 다른 점을 고려해야한다”며 “어떤 사람은 설탕이 든 음료를 많이 마시고, 어떤 사람은 아예 먹지 않기 때문에 설탕이 든 음료를 많이 마신 사람들의 설탕 소비 감소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탕세 부과가 국민 건강증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뚜렷했다.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발병 사례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제2형 당뇨병 환자는 20년 간 약 24만 4100명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가 재정에도 긍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약 160억 유로(약 22조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락시는 “설탕세 도입이란 정책적 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객관적 증거”라며 “설탕세는 비만이나 당뇨병,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국민건강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일 당류 섭취량은 약 60g 내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당류를 25g 미만으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약 10만명이었던 30대 당뇨병 환자가 4년 뒤 13만명으로 느는 등 국민의 당류 섭취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국가들에 설탕세 부과를 권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 설탕세를 도입하는 법안은 2021년 발의된 바 있다.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제조, 수입, 유통, 판매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현재 이 법안은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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