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의 기업과 경제] 비뚤어져 고착된 엉터리 '글로벌 스탠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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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전체가 한국 방문을 계획하면서 단기임대주택을 찾다가 '삼삼엠투'라는 중개 사이트를 접하게 됐다.
왜 이런 이름이 나오게 됐나? 우리 사회에 엉터리 '글로벌 스탠더드'가 비뚤어져 고착됐기 때문이다.
아마도 미국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영·경제학자들이 미국 지배구조를 겉핥기로 알고 돌아와 엉터리 '글로벌 스탠더드'를 국민 의식 속에 고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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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 전환까지
韓실정 안맞는 국제표준 신봉
개혁도 좋지만 다름 인정해야
가족 전체가 한국 방문을 계획하면서 단기임대주택을 찾다가 '삼삼엠투'라는 중개 사이트를 접하게 됐다. 이름이 특이하다. '3.3㎡(제곱미터)'를 멋대로 읽어서 만들었다. 그러나 의미는 명확하다. 1평(坪)이다. 왜 이런 이름이 나오게 됐나? 우리 사회에 엉터리 '글로벌 스탠더드'가 비뚤어져 고착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주택 거래에 평을 기본 단위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글로벌 스탠더드'를 신봉하던 일부 관료들이 주도해서 평을 ㎡로 전환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그 후 주택 거래에서 평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 됐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은 '구조조정'되지 않았다. '3.3㎡당 얼마'라는 편법으로 대응했다. 불편했지만 기존의 평 단위 감각을 유지하며 주택 거래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은 '3.3㎡'라는 기괴한 기준을 사용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개혁세력'은 ㎡가 표준으로 자리 잡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미국은 변함없이 제곱피트(ft2)를 사용한다. 중국도 평을 바꿀 생각이 없다. 게다가 기술 진보로 '표준'이라는 것이 무의미해져버렸다. 인터넷 검색창에 가면 평에서 ㎡로 순식간에 변환된다. 이렇게 변환이 쉬우면 내가 쓰던 것을 편하게 사용하고 필요할 때만 변환하면 되는 것이었다.
비슷한 일은 '주소 개혁'에서도 벌어졌다. 정부는 지번(地番) 중심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바꿨다. 아마도 미국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불편해지기만 했다. 언주로는 성수대교부터 구룡터널까지 10㎞ 이상 이어진다. 그 주변에 있는 신사동, 역삼동, 도곡동 등이 모두 '언주로 몇 번'으로 바뀌었다. 그 숫자로는 내가 지금 강남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더 한심스러운 것은 지하철은 '신사역'과 같이 동네 이름으로 유지됐다는 사실이다. 도로명 주소로는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 문제 또한 기술 발전 덕분에 불편이 많이 줄었다. 인터넷에서 변환할 수 있고 내비게이터가 쉽게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소 체계를 바꾸느라 거액의 세금이 들어갔고 불편만 초래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기업과 관련해서도 잘못된 표준이 지배구조 부문에서 고착됐다. 한국의 성장동력은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갖는 재벌이다. 그러나 미국식 전문경영 체제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여기는 사람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지배구조 개혁'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SK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다가 약점을 드러내 소버린 펀드의 공격을 받았다. 최근 1심 재판에서 이재용 회장 및 주요 경영진이 '최후진술'을 했던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지주회사 격이던 삼성생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경영권 안정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았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정부 압박에 따라 지배구조를 개편하던 과정에서 엘리엇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세계를 돌아보면 지배구조는 다양하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으니까 다양한 지배구조가 공존한다. 굳이 따지자면 전문경영보다 가족경영이 보편적이다. 미국에서도 기업 숫자로는 가족경영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많은 경영·경제학자들이 미국 지배구조를 겉핥기로 알고 돌아와 엉터리 '글로벌 스탠더드'를 국민 의식 속에 고착시켰다.
국제사회에서 교류하기 위한 소통의 틀은 물론 필요하다. 그 틀을 만드는 과정에 한국은 전향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가 똑같이 따라야 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획일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도량형과 주소 변환처럼 다름을 인정하며 필요할 때 서로 변환하며 이해할 수 있는 틀이면 된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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