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미 주요 군사지역 위성사진 점검···정찰위성 작동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군사정찰위성이 촬영한 남한 목포·군산·평택·오산·서울 등지의 위성 사진을 살펴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이 정박한 부산과 하와이 진주만 등 한·미 주요 군사지역을 촬영한 위성 사진을 연이틀 살펴봤다. 한·미 군사적 움직임을 겨냥한 군사정찰위성의 정상 작동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26일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과 25일 연이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정식 운용 준비 실태를 점검하고 당일 촬영된 “중요 표적 지역” 위성 사진들을 봤다.

김 위원장은 24일 방문 시 남한의 목포, 군산, 평택, 오산, 서울 등 위성 사진을 살펴봤다. 서해 부근의 이들 지역에는 남한 해군·공군기지와 주요 미군 기지가 있다. 24일 방문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옆쪽에 자리한 지구본은 미국이 있는 북아메리카 대륙 쪽이 촬영됐다.

김 위원장은 25일에는 남한의 진해, 부산, 울산, 포항, 대구, 강릉 등 남한 해군·해병대·공군기지와 미군 기지가 있는 남·동해안 지역 위성 사진을 봤다. 통신은 “부산시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군항에 정박해있는 미 해군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도 포착되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 하와이에 있는 미군 기지 위성사진도 둘러봤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평양 시간 25일 새벽 5시13분22초 정찰위성이 미국 하와이 상공을 통과하며 진주만의 해군기지와 호노룰루의 히캄 공군기지 등을 촬영한 사진들도 보시였다”고 밝혔다. 하와이에는 한반도를 담당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고 다음 날에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은 바 있다. 당시 서태평양 미국령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위성 사진을 살펴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성공을 기념회 열린 연회에서 김덕훈 내각 총리 등 당·정·군 간부들과 대화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연달아 평양종합관제소에서 한·미 주요 군사지역 위성 사진을 살펴보는 행보를 통해 군사정찰위성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정상 작동 역량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김 위원장이 살펴봤다는 위성 사진들이 공개되지 않아 정상 작동 여부와 실제 성능은 검증되지 않았다.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지난 22일 “‘만리경-1’호가 7~10일간의 세밀 조종 공정을 마친 후 12월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김 위원장에게 보고한 상태다.

남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지난 22일 남북 9·19 군사합의를 일부 효력 정지하자 다음 날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북한은 한·미에 군사적 위협을 경고했다. 통신은 전날 논평에서 최근 미국의 대남 스텔스전투기·미사일 등 판매 결정에 “괴뢰 지역이 최대의 병기창으로 화할수록 우리 공화국의 강군 현대화 건설 속도는 백배, 천배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