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도망가자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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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는 말을 들어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공인 받지 못할때, 사랑이 반대에 부딪혔을때 들었던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도망칠만큼 사랑했던 치기를 가졌던 사람은 행복하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도망가자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기억할 만한 인생을 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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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떠난 사람은
방금 헤어진 사람과 이별한 것을 모른대
키가 큰 꽃들은
지켜야 할 다급한 약속이 있기 때문이래
저승에서 사람을 흉내 내려고
한 줄로 서서
사계절 웃는
피었다 지면서도 웃었다는 것을 모르는 꽃이었구나
다정하게 무릎 꿇고
환하게 웃는 법을 가르쳐주는 그때가
죽은 사람이 이승에서의 기억을
전부 잃는 순간이래
그때 당신은 나를 지웠을까
웃음은 흰 개처럼 네 다리가 달렸구나
어떤 슬픔은 컹컹 나를 울렸지만
세 번 건네던
그 말은
건강하질 않아서, 가령 설렘은 왜 두렵습니까
도망가자는 말은
뒤쪽에서 한 번에 우리를 포옹하던
산 그림자 처럼
다시 한 번 도망가자는 그 말은
기다리던 눈동자가 어두워질 것을 예감한 당신의 겨울처럼
우리의
빠르게 걸어도 너무 늦은 하산
도망가자는 당신을 외면한
그 밤의 가로등 아래를 다시 지난다
한 발 한 발 얼음을 찍으며
눈 쌓이기 전에 우리 남쪽으로 도망가자
기다려도 오지 않을
빙벽의 약속처럼 펑펑 눈이 퍼붓는다
- 김미량 作 <도망가자는 말을 들었다>
‘도망가자’는 말을 들어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공인 받지 못할때, 사랑이 반대에 부딪혔을때 들었던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도망칠만큼 사랑했던 치기를 가졌던 사람은 행복하다. 설령 도망치지 못했더라도, 그 기억은 시인에게처럼 매년 내리는 함박눈처럼 다시 찾아온다. 인간이 유일하게 진정으로 무모해지는 순간이 사랑에 빠졌을때 아닐까 싶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도망가자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기억할 만한 인생을 산 사람입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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