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120분 부산 회담…박진 “비핵화에 中 건설적 역할” 당부
中왕이 “한중일 3국 협력에 적극적…정상회의 개최 긴밀 협력”
한중 외교장관 간 상호 방문 완성…왕이, 박진 중국 초청
[헤럴드경제(부산)=최은지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은 26일 왕이(王毅)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과의 부산 회담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 한중 공동 이익에 해당한다”며 중국에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부산 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렇게 밝혔다.
박 장관은 최근 북한의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우리의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한 것은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에 대해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를 선언하면서 추가 도발을 위협하고 그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탈북민 문제와 관련, 탈북민 의사에 반한 강제북송은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우리의 엄중한 입장을 재차 전달하고 “탈북민이 강제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현 한반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이 한반도 상황 안정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4년 만에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양자 외교장관 회담은 예정시간인 60분을 훌쩍 넘겨 오전 10시40분부터 오전 12시40분까지 총 120분간 진행됐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은 2021년 9월 이후 약 2년2개월여 만이며, 양 장관 간 4번째 대면 회담이다. 박 장관은 지난해 8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왕 부장의 초청으로 중국 칭다오를 방문했고, 이번 왕 부장의 답방이 이뤄졌다고 양 장관은 평가했다. 왕 부장은 박 장관에게 중국 방문을 공식 방문할 것을 초청했다.
이날 회담은 진지하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박 장관은 왕 부장의 부산 방문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한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해운대에 위치한 동백섬에 과거 당나라에서 관직을 지낸 신라 말 석학 최치원 선생의 동상이 있다고 소개하며 “최치원 선생은 한중 교류와 협력의 깊은 역사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회담이 열리는 해운대는 최치원 선생의 호 ‘해운’(海雲)에서 유래했다. 최치원 선생이 이 일대를 지나가다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 경치를 보고 머무르다 자신의 호를 따서 ‘해운대’라는 글귀를 바위에 새겼다.
박 장관은 “한중 교류의 오랜 인연을 가진 부산에서 열린 오늘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한중 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양 장관은 상호존중과 호혜적인 공동 이익에 기반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기본적인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최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리(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 간 만남,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이뤄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덕수 국무총리 간 만남 등 정상 차원의 교류와 소통을 토대로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 협력의 공감대를 넓혀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한중 양측은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급 전략대화, 1.5트랙 전략대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모았다.
한중 간 경제협력 분야와 관해, 양 장관은 한중 관계 발전에 경제 협력이 중요한 원동력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변화된 대내외 환경에 맞춰 호혜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중국 내 우리 기업 활동 보호 ▷게임.영화 등 우리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측은 양 국민 간 인적·문화적 교류 활성화에 대한 중요성과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지난 8월 재개된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와 중국의 아포스티유 협약(외국 공문서에 대한 인증 요구를 폐지하는 협약) 가입을 평가하고, 2023~2024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많은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장관은 지난 8월 한중 외교장관 통화 이후 중국 내 안중근 의사 전시실과 윤동주 시인 생가를 재개방해 운영하는 것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중국 내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의 보존과 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양측은 4년여 만에 개최되는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한중일 협력의 복원과 정상화의 의미에 대해서 서로 공감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왕 부장은 “한중일 3국 협력에 대해 중국은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면서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자는데 공감했다.
박 장관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해 가까운 이웃인 중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왕 부장은 진지하게 고려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 장관은 공통의 취미인 등산과 왕 부장이 좋아하는 짜장면과 관련해서 대화를 나누며 친밀을 도모했다고 한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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