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게 된다고? 네, 됐어요"…안은진, '길채'라는 스승

김지호 2023. 11. 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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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지호기자] "배우 인생에 제가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이하 안은진)

배우 안은진을 만났다. MBC-TV '연인'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인터뷰를 하는 자리. 그녀는 여전히 '연인'의 여운에 잠겨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연인'은 한 마디로 역대급이었다. 배우 인생에 다시 맡을 수 없을 것 같은, 최고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는 안은진에게 큰 자부심이 됐다. 

결과물 역시, 역대급이다. 안은진은 유길채 그 자체가 돼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대선배 남궁민(이장현 역)과의 애절한 로맨스도 완벽하게 그려냈다.  

"'이게 된다고?'라는 의심이 '하니까 되네'라는 확신으로 바뀌었죠. 길채를 만나 앞으로 그 어떤 것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안은진은, 그렇게 '연인'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

◆ 유길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연인'의 유길채는 엄청난 서사를 가진 여인이다. 평화로운 양반댁 애기씨가 병자호란을 겪으며 완전히 인생이 달라졌다. 사람(오랑캐)을 죽였고, 피난길서 모진 고생을 한다.  

전쟁 후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결혼을 했다. 대장간 일도 한다. 그러나 청나라 포로로 납치된다. 가까스로 속환됐으나, 환향녀 낙인에 이혼을 했다. 

그 모든 고생 끝에, 진정한 사랑과 재회까지 한다.

대본을 받아들고 처음 든 생각이 무엇일까. 안은진은 "이건, 연기하며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캐릭터의 색이 짙다기보다, 매우 큰 서사가 있는 대본이었어요. 길채는 수백 년 전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병자호란) 안에서 살아간 여자에요. 고난을 이겨내고, 주체적인 선택을 하며 살아가죠."

안은진은 "16부 장현의 '안아줘야지, 괴로웠을 테니'라는 대사도 가슴에 깊이 남았다"며 "남궁민 선배님과 많이 이 장면을 기대했다.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전했다. 

◆ 유길채와 하나되길, 소망했다 

사실, 한편으론 무서웠다. 전작들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더 겁이 났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 엄청난 일대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하는 우려가 계속 생겨났다. 

답은, 진부해도 정해져 있었다.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했고, 다양한 연기를 준비했다. 주변 도움도 컸다. 김성용 감독, 황진영 작가, 그리고 남궁민 등이다. 

"초반 캐릭터 구축에는 황진영 작가님과 김성용 감독님 도움이 컸어요. 지난해 연말부터 개인적으로 두 분께 SOS를 쳤죠. 대본이 나올 때마다 리딩을 봐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디테일한 부분은 남궁민 선배님께 주로 의견을 구했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하죠?' 라고 계속 물었다"며 "어려운 신이 있으면 "선배님! 도와주세요" 말했다"고 웃었다. 

"7회, 한양 우심정 앞 장채의 재회 신. 그게 제겐 정말 어려웠거든요.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그동안의 서사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어떻게 길채의 대사에 뉘앙스를 전달할까 고민했죠." 

그는 "남궁민 선배님께 마구 질문을 쏟아냈던 기억이 난다"며 "정말 많이 의지가 됐다. 장채가 연기합이 착 붙을 수 있었던 건, 선배님의 공이 컸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 안은진이 바로, 유길채였다

공들인 탑은, 무너질 리 없었다. 우선 시청자가 반응했다. 유길채가 아닌 안은진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안은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점차 연기에 탄력이 붙었다. 

그는 "초반 캐릭터를 모두의 힘으로 구축해놓으니, 길채의 고난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다"며 "(연기는)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는 작업이지 않나. 점점 링크가 걸리더라"고 회상했다.

길채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그녀의 생명력을 닮아갔다. "갈수록 (연기가) 쉬워졌다. 캐릭터에 제 자신이 많이 붙어, 대본을 보면 툭 하고 나올 정도로 밀착이 됐다"고 말했다. 

"길채의 대사들을 제 입을 통해 하잖아요? 그 덕분에 저마저도 너무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힘들 때마다 에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을 거듭할수록 신기한 경험도 했다. 배우 안은진이 '길채화'되는 순간들을 겪은 것. 길채가 거짓 임신한 상태로 량음(김윤우 분)의 노래를 들으러 가는 신이 그 대표적인 예다. 

"길채가 그 노래를 들으며 능군리 시절을 회상하던 순간이죠. 저 자신도 여러가지 감정들이 스쳐지나가며 벅차오르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 2023년, 배움의 한 해 

지난 11개월 동안 전국의 아름다운 장소는 모두 돌았다. 여름에는 겨울 신을, 겨울에는 여름 신을 찍기도 했다. 무려 20부작의 긴 사극 호흡도 처음이다. 

심지어, 파트 2의 마지막 1달은 생방 촬영 강행군이었다. 잠은 늘 모자랐고, 체력은 갈수록 떨어졌다. 틈틈이 링거를 맞으며 체력을 보충해야 했다. 

"선배님들이 '우리 땐 이렇게 찍었다' 하고 말씀하시는, 그 옛날까지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이제 선배님들께 '저 드라마 찍었다'고 명함 내밀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은진은, 길채에게 배운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대사가 있다고 귀띔했다. 길채가 종종에게 "근데 난, 살아서 좋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는 "길채가 늘 하는 행동의 밑바탕에는, 늘 이런 생명력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사를 적어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봤다. 힘들 때마다 길채처럼 이겨낼 것"이라 강조했다.

"사실 평소 많이 불안해하는 스타일이에요. '연인'으로 '어떤 상황이든, 하면 된다'는 걸 배우게 됐죠. 내년부터는 이 경험을 토대로, 더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해보려고 합니다."

<사진제공=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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