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과 권태, 상실 그리고 성장의 심리학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화제의 책]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게.”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이런 맹세를 한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랑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오래전 ‘낭만적 사랑’은 결혼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 계급과 가문 등이 우선이었다. 우리 사회가 현대화·민주화되면서 개인의 결정권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고 나서야 ‘사랑’이 배우자 선택의 우선순위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소득불균형이 심해지고 미래의 삶에 대한 보장이 불투명해지면서 결혼시장에서는 다시 사랑보다 ‘조건’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영원한 사랑을 꿈꾸면서 연애와 결혼생활을 사랑으로 채우길 희망한다. 하지만 그 희망과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실망하고 좌절한다. 그러면서도 다시 희망을 품는다. ‘상처를 입더라도 다가갈 것인가, 두려움 때문에 혼자 외로워할 것인가?’ 우리가 늘 안고 살아가는 사랑의 딜레마다.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주현덕 지음 / 나무의마음)에서 저자는 친밀함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모순적인 심리상태, 즉 ‘고슴도치 딜레마’를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소품과 단편집’에 나오는 이야기로 설명한다.
몹시 추운 겨울, 고슴도치들이 온기를 나누기 위해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 돋아난 가시 때문에 서로를 찌르기만 했다. 온기를 나누려는 노력이 가시 때문에 아픔과 충돌로 이어졌다. 아픈 것보다는 추운 게 나은 듯해 고슴도치들은 일단 떨어졌다. 그러나 조금 지나니 너무 추웠다. 해서 이번에는 가시가 돋지 않은 머리와 배 부분으로 온기를 나누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모였다. 하지만 여전히 가시가 서로에게 상처를 냈고, 이를 견디기가 너무 고통스러워 또다시 떨어졌다. 고슴도치들은 그렇게 겨우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저자는 ‘사랑한다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우리의 욕구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불안과 의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래서 상대에게 자신이 바라는 어떤 모습을 강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오래 유지되기 힘들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적당함’을 유지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간섭이 되고, 너무 멀어지면 무심함이 된다.
모든 관계에서 그러하듯이 사랑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한쪽의 영향에 다른 한쪽이 자신을 잃고 무너지지 않는 거리, 각자의 고유성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뒤섞이지 않는 거리가 말이다. 그 거리를 찾는 데 필요한 것이 있다. 우화 속 고슴도치들처럼 가시에 찔려도 보고, 뒤로 물러나 추위를 느껴 보는 ‘경험’이다.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한 사랑의 온기를 잃지 않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물론 사랑에 대해 잘 알더라도 사랑으로 인한 가슴앓이나 괴로움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고통 없이 사랑이 주는 환희와 기쁨만을 누릴 수도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자기비하와 애정결핍, 불필요한 우울증, 집착 등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방황하는 시간은 줄일 수 있다.
이에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은 그동안 쉽게 사랑하고 쉽게 사랑을 포기하며 쓰라린 상처를 되새김질하면서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제안한다. 분별 있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과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끌어들이는 ‘플러팅’이나 목적에 초점이 맞춰진 ‘타기팅’처럼 어떤 대상에 접근하는 유능함이나 스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한 사람과 진지하게 관계를 맺고 유지하며 더 깊은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성숙한 행동과 의지의 실현이다. 문명과 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사랑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사랑의 기술’이기도 하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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