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0회 접종' 어린이, 예방 가능 질병 사망의 절반

개발도상국의 아동 백신 접종률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baona/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 세계에 약 6000만 명의 ‘백신 0회 접종’ 어린이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 관련 백신을 단 한 차례도 투여받지 못한 아이들이다. 

올해 나이지리아에는 디프테리아가 창궐해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약 6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디프테리아는 전염성이 강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나이지리아 질병관리센터는 지난 1월 20일 디프테리아 유행을 선포했다. 이번 유행은 아동의 예방 접종 감소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예방 접종으로 1988년 이후 디프테리아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짐바브웨 등 12국에서는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보고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지난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선포로 소아마비 청정지대에 합류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 조치로 아이들의 백신 접종 기회가 줄어들면서 다시 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WHO에 의하면 홍역으로 인한 사망은 2022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올해는 이 수치에 또 다시 2배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아동에게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홍역 또한 예방 가능한 백신이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의하면 백신을 단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는 ‘0회 접종 어린이’는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인한 전체 어린이 사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개발도상국에서 백신 접종을 놓친 아이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백신 투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데믹에서 일상을 회복한 이후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캠페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인도, 콩고민주공화국, 파키스탄 등에서 소아 백신 접종률이 가장 떨어진 상태다. 기후 난민, 내전 난민 등이 발생한 나라들 또한 백신 접종이 어려운 상황이다. 

팬데믹 기간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도 백신 접종률이 낮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백신신뢰프로젝트에 의하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 등이 자녀에 대한 예방 접종을 원했던 부모들의 열망을 잠식했다. 가나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2015년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95%가 백신을 신뢰했으나, 2022년에는 이 수치가 67%로 하락했다. 

아동에 대한 예방 접종률이 낮은 나라들은 의료접근성이 떨어지고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이 낮으며 기후, 내전 등 여러 복합적인 나쁜 요인들도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접종 공백 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이는 인류에게 위협적인 감염병이 다시 유행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아동 대상 예방접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가령 전염성이 강한 홍역은 어린이의 95%가 2회의 접종을 모두 완료해야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