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 타이거는 왜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까[김현식의 서랍 속 CD]
오늘 꺼내 들어본 서랍 속 CD는 2018년 11월 발매된 드렁큰 타이거 정규 10집 ‘드렁큰 타이거 X : 리버스 오브 타이거 JK’(Drunken Tiger X : Rebirth Of Tiger JK)입니다. 앨범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타이거JK가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받은 CD입니다.
드렁큰 타이거는 1999년 데뷔해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난 널 원해’, ‘위대한 탄생’, ‘굿 라이프’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내며 한국 힙합 대중화와 역사를 이끈 주인공이죠. 타이거JK는 멤버 DJ샤인이 5집 활동을 끝으로 탈퇴한 뒤 홀로 드렁큰 타이거의 명맥을 이었는데요. 10집인 ‘드렁큰 타이거 X : 리버스 오브 타이거JK’는 ‘드렁큰 타이거 이름으로 내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선언을 하고 내놓은 앨범이라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타이거 JK는 청춘을 바친 드렁큰 타이거와의 작별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타임캡슐로 보낸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는 “돈을 벌려면 드렁큰 타이거라는 브랜드를 계속 가져가는 게 맞다. 그럼에도 드렁큰 타이거를 묻어두는 큰 모험을 결정한 것”이라면서 “약간의 걱정도 있지만, 새로운 길을 걸어갈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드렁큰 타이거가 좋은 음악을 들려준 팀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드러냈었죠.
타이거 JK는 힙합 음악 프로듀서 랍티미스트와 150여곡을 작업한 끝 엄선한 30곡을 앨범에 꽉 꽉 눌러 담았습니다. ‘끄덕이는 노래’를 필두로 한 1CD는 1990년대 유행한 붐뱁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묵직한 힙합 트랙들로 채웠고, 또 하나의 타이틀곡 ‘뷰티풀’(Beautiful)을 앞세운 2CD는 재즈, R&B, 하우스, 댄스 홀, 펑크, 트랩 소울 등 다채로운 스타일의 곡들로 구성했죠.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한 이들의 랩 가사에는 드렁큰 타이거, 그리고 타이거 JK를 향한 존경심을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름만 대면’에 참여한 도끼의 경우 타이거 JK가 과거 자신의 외할머니 장례비를 다 내주고, 처음으로 곡비를 준 고마운 존재였다는 사실을 언급해 훈훈함과 뭉클함을 안겼습니다. 그는 ‘내 어릴 적 영웅인 타이거 JK의 부탁에 난 거절은 안 해’라고 외치기도 했죠.
그런가 하면 ‘타임리스’(Timeless) 피처링을 맡은 RM은 ‘혀를 지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굿 라이프), ‘6번 줄 없는 통기타’, ‘8 45’(8:45 Heaven) 등을 인용한 가사로 드렁큰 타이거 음악이 자신의 음악적 자양분이 되었음을 강조했습니다. ‘타이거 JK의 음악이 또 다른 몬스터를 키웠다’는 의미의 영어 가사 구절을 포함하기도 했고요. 타이거 JK는 앨범 소개글을 통해 RM이 앨범 참여진 중 가장 먼저 섭외된 피처링 아티스트였다고 밝히면서 ‘RM이 보낸 가사를 접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는 내용을 담아 후배의 찬사에 화답했습니다.
‘우리가 만들었다’. 인터뷰 당시 타이거 JK는 드렁큰 타이거를 담을 타임캡슐에 쪽지를 함께 넣는다면 어떤 메시지를 적고 싶냐고 묻자 이 같이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팬분들이 존재했기에 국내에 힙합이 대중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이번 앨범을 접하면서 ‘우리가 함께 만든 일’이라는 걸 같이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진솔한 설명을 보탰습니다.
드렁큰 타이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타이거 JK의 음악 여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타이거 JK는 ‘드렁큰 타이거 X : 리버스 오브 타이거JK’를 낸 이후 ‘심의에 걸리는 사랑노래’, ‘호심술’, ‘POV’ 등의 곡으로 팬들과 교감했습니다. 최근에는 윤미래와 함께 웹툰 ‘진주’ OST 가창을 맡았고요. 다채로운 무대에 오르며 공연 활동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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