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2' 차승원, 음식 손 작더라도 마음은 태평양인 대배우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11. 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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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넷플릭스

배우 차승원(53)이 원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차원이 다른 품격을 자랑했다. 모델, 연기, 예능 그리고 요리까지 섭렵한 '차주부'답게 프로페셔널한 면모와 올곧은 철학을 드러내며 클래스가 다른 고수임을 새삼 증명했다. 

차승원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11일 전세계 동시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독전2'(감독 백종열) 홍보를 위해 미디어와의 만남 자리를 마련한 것. 

'독전2'는 2018년 개봉작인 '독전'(감독 이해영)의 미드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차승원은 1편에 이어 빌런 브라이언 캐릭터로 활약했다. 극 중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쇠약함과, 동시에 많은 것을 잃고 독기만 남은 브라이언의 폭주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기름진 머리, 텁수룩한 수염에 구부정한 자세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독전2'는 차승원의 열연이 무색하게 1편에 못 미치는 완성도로 대중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중이다.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부문 글로벌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대한민국을 포함한 23개국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나, 작품성 면에서 대중의 평가는 처참한 수준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평점은 2점대로 추락, 거센 혹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차승원은 '독전2' 출연 이유에 대해 "작품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처음에 '독전2'가 기획이 된다고 했을 때 배역의 마무리를 생각하며 참여를 결심한 거였다. 좋다, 나쁘다 평가를 떠나서 제가 맡은 브라이언이라는 배역만 놓고 봤을 때, 마무리를 시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게 되었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혹평에 대해선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차승원은 "불호에 관한 부분은 내가 언급할 내용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좋든 나쁘든 간에 저한테는 그저 열심히 참여한 작업이었고 영화였으니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영화가 공개된 이상 결과는 세상에 다 맡겨야 하는 거라고 본다. 불호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봤을 때 감독님, 모든 스태프 및 배우가 성실하게 임했다는 건 불변이라는 생각이다. 조진웅, 한효주, 오승훈 등 배우들의 노력을 높이 산다"라고 의의를 뒀다.

다만 차승원은 "지금의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그는 "이런 점은 일말의 배우 책임도 있다고 본다. 가늠하지 못하고 진단하지 못 한 거에 대한 아쉬움이 들어 섭섭하고 속상하긴 하다"라면서 "그렇지만 '죽겠다, 미치겠다' 이건 아닌 거 같다. 제가 왈가왈부할 수 없는 부분이고 난 영화를 계속할 사람이니까. 그리고 저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어떤 작품이든 평이 좋든 나쁘든 딱 이틀만 반응을 찾아본다.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일희일비하지 않은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드러냈다.

안타깝게도 싸늘한 평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차승원은 '독전2' 시청 독려를 잊지 않으며 참여한 배우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했다. 그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한 번 다른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평을 생각하지 마시고 다른 시각으로. 그러고 나서의 호불호는 여러분의 몫이다. 소위 얘기해서 기류가 있지 않나. 그 기류를 타면 걷잡을 없이 되는데, 그런 거 말고 부디 다른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비록 '독전2'가 아쉬운 반응을 듣긴 했으나, 차승원의 연기력만은 이견 없이 '극호'(극도로 호감)라는 평가다. 대중에게 신뢰감을 사는 배우이자 지난 1988년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 '만능 엔터테이너'의 시초 격으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타인 차승원. 높은 위상에 대해 그는 "내가 너무 척박한 곳에서 먼저 시작한 것에 대한 나름의 응원이 아닐까 싶다. 제가 배우로서는 1996년도에 데뷔했다. 저 이전에도 모델 출신 배우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건 제가 처음인 거 같다. 그때만 해도 풍토가 이러지 않았다. 심지어 세트장도 다 낮고, 카메라 감독님들도 (큰 키 때문에) 구도가 다르니까 싫어하셨다. 근데 요즘은 (모델 출신 배우가) 되게 많아지지 않았나. 조인성, 김우빈 등 잘하는 후배들이 엄청 많다"라고 후배들을 향한 리스펙트(존경심)을 내비쳤다. 

차승원은 "나나 잘하라고 그래라"라고 스스로를 낮추며 "진짜 요즘 후배들을 보면 내 모델 후배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잘한다. 참 나는 저 나이 때 저렇게 못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하지 싶더라. 한편으로 제가 되게 리스펙트 하고 있다.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적지만 존경하게 되는 그런 친구들이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배우는 아니지만 유재석도 그렇고. 정말 대단하다"라고 덧붙였다.

차승원은 모델, 연기 분야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예능계에 진출해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2006년 '일밤-차승원의 헬스클럽'으로 한 획을 그었으며 '패밀리가 떴다', '무한도전' 등에선 게스트임에도 출연했다 하면 레전드 편을 탄생시켰다. 이후 2015년 나영석 PD와 처음 손잡고 '삼시세끼' 시리즈를 비롯해 '스페인 하숙'을 선보였다. 올해는 '형따라 마야로 : 아홉 개의 열쇠'를 새롭게 론칭하기도 했다. 

예능은 어떤 의미인지 묻는 말에 차승원은 "나는 예능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다"라고 진중한 자세로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물론 예능 역시 배우에겐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예전에 그렇게 (예능을) 했던 사람인데 그걸 딱 끊고서 '안 할 거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도의적으로 내 마음속에서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허락하는 한 예능을 계속할 거다. 모델 일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도 매년 한 번씩 송지오 선생님의 무대에 서는 건 내가 했던 것이니까. '나는 배우인데' 이러고 무게 잡고 싶지 않다. 여러 가지 배우의 형태가 있을 텐데 나는 그런 (다양함을 추구하는) 형태의 배우라는 거다"라고 열려있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차승원은 어떤 분야에서든 허투루 넘기는 법 없이 열의를 불태우며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예능 찍을 때야말로 엄청 치열하다. 드라마나 영화는 맡은 배역이 있고 그것만 연구하면 되지 않나. 예능은 의외의 상황이 많아서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데, 근데 또 그걸 드러내면 안 된다는 점에서 어렵다. 예민하게 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차승원은 매사 진솔함을 중요시 여기며 인기 비결을 엿보게 했다. 그는 "예능 할 때 연기를 한다? 저나 (유)해진이나 그런 거 못한다. 근데 예전엔 토크쇼에 나가면 가려야 할 말들이 많아서 그거에 대한 중압감이 엄청 컸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걸 다 내려놨다. 다만 사람에겐 적정 수준이 있으니 그 선은 넘지 않으면서 임하는 거다. 이런 반응도 있더라. 제가 음식을 할 때 옆에 다섯 명씩 붙는다고. 요리 한 번 할 때마다 휴대전화 꺼내서 레시피를 계속 확인한다거나. 그랬다면 현장에 눈이 몇 개인데 안 걸리겠나. 그 많은 스태프가 다 지켜보는 가운데서 찍는 것인데, 어찌 소문이 안 나겠나. 거짓말로 해선 안 된다. 그리고 난 얼굴에 너무 티가 나서 그렇게도 못하고. 유해진도 자기가 싫어하는 건 안 하는 사람이다. (작위적으로) 만들어졌다 싶으면 절대 안 한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한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쭉 오게 됐고 힐링 예능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닌가 싶다"라고 투명함을 내세웠다.

특히 차승원은 "내년이면 '삼시세끼 어촌편'이 방송된 지 딱 10년째가 된다. 확실하진 않은데 그래서 아마도 내년쯤이면 '삼시세끼' 새 시리즈를 할 거 같다.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게 제 생각이다"라고 가능성을 열어 기대감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차승원은 "음식 할 때 손이 작다"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에 "손만 크면 뭐 하나, 맛이 있어야지"라고 재치 있게 받아치며 웃음을 안겼다. 그는 "우리가 중세 유럽 사람도 아니고 무슨 음식을 그렇게 많이 펼쳐놓고 먹느냐. 난 그건 아니라고 본다. 양보다 맛이 중요한 것이고 적당히 먹어야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냈다.

그의 요리 철학은 다름 아닌 '효율'이기에, 음식량은 '뭣이 중헌디'일 수밖에 없다. 차승원은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알다시피 요리라는 게 요만한 음식 하나 만들기 위해 이만큼 많이 펼쳐놓게 된다. 그게 굉장히 비효율적이니까 더욱 효율을 엄청 따져서 많이 안 만드는 이유도 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처음에 가져온 재료에서 다 소진하고 만다. 딱 사람수만큼만 만드는데 혹여 약간 모자라게 담긴다면 모자란 접시는 내가 가져가 먹는 거고. 달걀 프라이를 하더라도 넉넉하게 하지 않고 딱 맞게 만들고, 만약 노른자가 터진다면 터진 건 내가 먹는 거다. 제가 봐도 좀 타이트한 면이 없진 않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음식은 뜨거울 때 먹여야 하는 게 나의 요리 철학"이라며 "식으면 맛이 없어져서 저는 무조건 뜨거울 때 먹어야 한다. 온기로 맛이 좀 없는 음식이더라도 맛있게 먹게 되는 게 있다"라고 가히 요리 고수 '차주부'다운 마인드를 전했다.

차승원은 일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눈길을 끌기도. 그는 "항상 선택을 잘하면 좋겠지만 사람의 선택이 늘 옳을 수는 없다. 제가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는 것도 이제야 받아들이게 돼서 그런 거 같다. 예전엔 현장 가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런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현장 가는 게 '호'다. 일 자체가 좋다. 일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많이 하고 싶어졌을 정도로. 다양하게 작품을 많이 해서 여러분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저도 만족하고, 이런 작업을 하는 게 배우의 미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한 작품씩 하던 예전보다 세 작품씩 하는 지금이 정말 좋다"라고 뜨거운 열정을 과시했다. 

이어 그는 "예전엔 현장 가면 내 거 하기 바빴다. 다른 배우가 잘하면 시기 질투하고. 요새도 그런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배우가 어떻게 하는지 전반적으로 두루두루 좀 보게 되고 얘기도 좀 섞고 그렇게 달라졌다. 아 이래서 현장에서 좋은 선배, 안 좋은 선배가 나뉘는구나 싶더라. 자기 해야 할 게 있고 공간의 제약과 날씨 영향 등 여러 힘든 상황이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스무드(smooth) 하게 만드는 것, 그런 배우가 좋은 선배인 것 같다. 유연하게 잘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라고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달라진 마음가짐의 계기에 대해선 "이제 경험도 많이 해봤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여유인 것 같다. 뾰족한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뾰족한 마음을 쓸 만할 때 써야 한다는 걸 잘 알게 됐다. 아무 때나 나의 칼을 내보이면 안 된다. 저라고 왜 날카로운 지점이 없겠나. 날카로움도 진짜 아니다 싶을 때 나와야지, 무작위로 나오면 안 된다. 나이도 있고 경력도 있고 하니까 이런 깨달음이 자연스럽게 저한테 오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본업에 충실하지만 가정에도 소홀히 하지 않으며 균형 있게 삶의 밸런스를 맞춘 차승원. 그는 "난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일을 바쁘게 하다 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정말 좋다. 가족들을 보면 힘들다가도 기운이 난다. 식구들이 다 어디 가서 집에 혼자 있으면 오히려 병에 걸리겠더라. 전혀 안 자유로운 거다. 어디 나가서 누구를 만나 뭘 먹거나 그러지 않고 먹는 것도 되게 부실하게 먹게 된다. 이틀을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다가 먹었다. 잠도 소파에서 자고, 그런 게 있더라. 집이 너무 좋고 루틴을 깨고 싶지 않다 보니까 나는 제주도 촬영도 무박으로 가는 사람이다. 제주도에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찍을 때 바로 다음 날 점심에 촬영이 있더라도, 저녁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가서 잤다가 아침에 다시 제주도를 가곤 했다"라고 누구보다 가정적인 면모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소문난 '딸 바보'답게 대학생 딸 얘기가 나오자 톱배우는 온데간데없이 아빠 모드로 돌변,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최근 예능에서 "딸의 결혼 생각만 해도 우울해진다"라고 밝혔던 바. 이날도 어김없이 "딸이 크는 게 아쉽다. 결혼 상상만 해도 마음이 바로 달라진다"라며 못 말리는 자식 사랑을 확인케 했다.

이에 차승원은 "유해진은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극찬하면서도, "사윗감으로 '유해진 미니미' 같은 사람은 어떻나"라는 질문엔 "절대 안 된다"라고 정색해 폭소를 유발했다.

"그럼 차승원 본인 같은 남자는 괜찮나"라는 물음표가 이어졌고, 차승원은 "저 같은 남자를 데려온다면 그건 괜찮은 거 같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여러모로 괜찮다(웃음). 하지만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조차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라고 아빠로서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훈훈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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