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실세 장관, 나는 고작 대위’…쿠데타 세력들 속마음은 [대통령의 연설]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초기부터 흥행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예매추이를 보면 초반 흥행은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는데, 개봉후 관객들 반응도 좋아 꽤나 좋은 흥행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기간 침체에 빠졌던 한국 영화계에 반가운 소식이죠.
대통령의 연설 이번회차는 지난주에 이어 영화의 소재가 된 12·12 군사반란에 관한 기록들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앞선 회차에서 군사반란의 전개과정 관련 내을 중점적으로 찾아봤다면, 이번에는 반란의 준비과정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 될텐데요. 이를 통해 등장인물들이 어떤 배경과 마음가짐을 갖고 군사반란에 임했는지를 이해한 뒤 영화를 관람하면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육사 11기는 선두그룹만 겨우 소령 달아
육사 11기인 이들은 당시 소령~대위 계급을 달고 재직 중이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 주역들(육사 5기·8기)에 비해 계급은 한참 낮지만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나름의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당시 초대 중앙정보부장으로 재임하다 공금유용·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물러나있던 상태)의 측근 40여명을 잡아 가두는 ‘친위 쿠데타’ 계획까지 세우게 되죠. 김 전 총리를 포함해 당시 요직들을 꿰차고 있던 육사 8기 세력들을 제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육사 11기 동기들끼리 술자리에서 푸념을 하다 시작된 이 계획은 꽤나 허술하게 진행됐다고 합니다. 결국 중앙정보부에 소식이 전해지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위기에까지 몰렸다가 김재춘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로 겨우 문책을 면하게 됩니다.
16년 후 육사 11기들이 12·12 군사반란을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를 떠올리면 이 당시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군사정권의 내막을 자세하게 소개한 책 ‘남산의 부장들’에는 육사 11기들이 김종필 전 총리와 측근들을 왜 급히 제거하려 했는지에 대한 서술이 등장하는데요.
김용태 전 의원(5·16 참여자)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육사 11기)은 혁명 주체 8기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며 “그런데 몇 살 차이 안 나는 혁명주체 중에 최고위원도 있고 벼락출세도 하는데 정규 육사 출신(11기)은 상대적으로 혜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최고의 실세장관인 중앙정보부장을 1926년생(김종필·육사 8기)·1927년생(김재춘·육사 5기)들이 권력다툼을 하며 나눠갖는데, 30년대 초반 출생인 육사 11기들은 소령도 몇 없고 대부분이 직급이 대위에 그친 상태였죠. 노태우 전 대통령마저도 대위 직급이었다고 합니다. 더욱이 1963년 당시 육사 5기·8기 선배들도 30대 청년들인 것을 감안하면 육사 11기들 입장에서는 눈앞이 깜깜해질만한 상황입니다.
“사복 안에 군복 입고 집결하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5공화국 군사정권이 직접 작성한 책 ‘제5공화국전(前)사(이하 5공전사)’에는 “노태우 장군에 의하면 (10·26)사건의 수사를 완결하기 위하여 정 총장을 수사해야겠다는 합수본부장 전 장군의 결심이 이미 11월 초에 확고히 섰으며 다만 적절한 시기만 기다려 온 것”이란 기록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전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반란계획을 알린 것은 역시나 “생도 때부터 가장 막역한 친구의 하나”인 노태우 전 대통령(당시 제9보병사단장)이었다고 합니다. 5공전사에는 “전 장군이 고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정말로 믿을 수 있는 극히 제한된 수의 인물들에 한해 내밀한 접촉과 상의를 해갔다”고 소개돼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12월6일 2박3일의 정기외박을 나가 전 전 대통령과 만난 뒤 “12월12일 오후 6시30분 (수도경비사령부 경복궁 부대인)30단에서 중진 장성들과 모여 정 총장에 대한 조사 문제와 필요성, 대통령께 건의할 문제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全 “형님! 김장에 보태 쓰세요”
반란세력에 가장 강렬하게 저항했던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을 사전에 회유하려 했던 정황도 남아있는데요. 장 전 사령관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12·12군사반란 전후의 기록에 따르면 쿠데타 며칠전 전두환 전 대통령(당시 보안사령관)이 “형님! 얼마 되지 않지만 집의 김장에 보태 쓰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메모와 함께 100만원짜리 수표를 보냈다고 합니다. 당시 화폐단위를 생각하면 너무나 큰 돈이었던 탓에 장 전 사령관은 이 돈을 장병들 특식예산으로 넣고 개인적 활용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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