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거란 전쟁'→'열녀박씨'···퓨전부터 정통까지 '사극' 골라보는 재미있네[현혜선의 시스루]
퓨전 사극, 전통 사극 모두 인기
웹툰 기반, 창조성과 흥행성 겸비
요즘 안방극장은 사극이 장악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연인'부터 방송 중인 '혼례대첩', '고려 거란 전쟁', '낮에 뜨는 달', 그리고 방송을 앞둔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까지 사극이 쏟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사극은 매력은 무엇일까.
◇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퓨전 사극 '풍년' = '낮에 뜨는 달'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살해 당한 뒤 시간이 멈춰버린 남자와 전생의 기억을 잃고 한없이 흘러 가버린 여자의 위험하고 애틋한 환생 로맨스다. 신라 대장군 도하(김영대)가 가야를 멸망 시키고, 이로 인해 가족이 몰살 당한 한리타(표예진)는 복수를 한다. 도하는 시간이 멈춘 채로 약 1000년을 살고, 한리타의 환생인 강영화(표예진)를 만나는 이야기. 신라와 현재라는 두 시대에서 극이 펼쳐진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박연우(이세영)와 21세기 강태하(배인혁)의 계약 결혼을 담는다. 사극 여신 이세영의 사극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당 작품들의 공통점은 웹툰과 웹소설 기반이라는 것이다. '낮에 뜨는 달'은 누적 조회수 7억뷰에 달하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복합장르가 강조된 웹툰과 웹소설의 특성상 작품도 시대를 초월한 판타지를 담고 있는 게 특정이다. 사극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를 현대에 끌고 와 인물 관계성에 집중했다.
◇ 전통 사극 갈증 겨냥한 '고려 거란 전쟁' 눈길 = 퓨전 사극 홍수 속 묵직한 대하사극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따르는 대하사극은 퓨전 사극처럼 유쾌하고 가볍지 않지만, 진한 매력이 있다. 과거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용의 눈물', '왕과 비', '태조 왕건' 등 대하사극을 유튜브, OTT 등에서 다시 보는 시청자들이 늘어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막대한 제작비, 시청률 등의 문제로 한때 KBS 대하사극의 명맥은 끊어졌지만, 지난해 '태종 이방원'이 다시 시작을 알렸다. 해당 작품은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넘기며 인기를 끌였고. 주연 배우인 주상욱은 그해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다. 대하사극의 화려한 컴백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해 '태종 이방원'이 있었다면, 올해는 '고려 거란 전쟁'이 있다.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의 이야기다. '왕 전문 배우'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대하사극에 다수 출연한 최수종이 10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왔고, 270억이라는 방대한 제작비가 투입돼 눈길을 끌었다. 작품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간 크게 조명되지 않은 고려사를 다루면서 극 초반 흥미를 끌었는데, 동성애를 했던 황제, 근친으로 이뤄진 황실 족보 등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작품은 시청률 7%를 기록하며 도약하고 있고, 넷플릭스 한국 일간 인기 순위 1위를 찍으며 관심을 받고 있다.
◇ 퓨전에 고증을 더하다···'연인'·'혼례대첩' = 퓨전 사극이지만, 고증에 충실한 작품도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드라마다. 전쟁으로 고초를 겪은 백성들, 환향녀, 인조와 소현세자의 이야기 등 역사적 사실 속에 연인의 진한 사랑을 녹여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혼례대첩'은 장르로는 퓨전이지만, 복식 고증을 제대로 한 작품이다. '혼례대첩'은 조선시대 청상부마와 청상과부가 만나 원녀, 광부 혼례 대작전을 펼치는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주인공인 정순덕(조이현)이 첫눈에 인연을 알아본다는 '쌍연술사'로 등장하는 등 다소 판타지적인 특성을 띄고 있으나, 복식은 제대로였다. 보통 사극에서 쓰던 철망 갓이 아닌, 말총과 죽사를 사용한 갓이 등장했고, 재현복식 작업에 쓰는 원단이 한복에 사용됐다. 각종 SNS에서는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복식이 나왔다"는 반응이다.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 위상 높아지는 가운데, 사극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건 기쁜 일이다. 한국의 미와 역사를 알리는 데 드라마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퓨전 사극부터 대하사극까지 다양한 사극이 등장해 풍성한 밥상이 차려진 만큼, 호성적을 기대한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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