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안은진 "행운 같은 '연인', 절절한 멜로 통했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연인'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 속 파트1에서 파트2로 이어지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길채로 활약한 배우 안은진은 "1년 가까이 이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은 작품은 '연인'이 처음이다. 화개장터부터 함안, 하동까지 처음 가본 곳이 많다. 부모님 모시고 갈 곳이 많아졌다"며 유쾌하게 웃어보였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작품이다. 지난 18일 방송된 마지막회는 전국 기준 시청률 12.9%를 기록하며 파트1, 파트2를 통틀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동시간대 전 채널 1위, 금토극 전 채널 1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순간 최고 시청률은 17.8%까지 치솟았다.(닐슨코리아 기준) 안은진은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소감을 전했다.
"현대에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사랑이잖아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오래 걸리고 이겨내야 하는 것도 많아서 더 큰 응원을 받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그동안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전쟁 그 이후의 이야기를 파트2에서 길채를 통해 세세하게 보여준 것이에요. 길채의 성장, 장현과의 사랑이 시청자분들에게 잘 닿은 것 같아 기뻐요."
안은진이 연기한 길채는 곱게 자란 양가댁 애기씨였지만 전쟁 속에 던져지며 점차 성숙해지는 인물이다. 들꽃처럼 아름다운 여인이면서도 강인한 내면을 가졌다.
"이렇게 긴 호흡의 캐릭터를 맡는 건 배우 인생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잖아요. 처음부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지난해 연말쯤부터 대본이 나올 때마다 감독님께 리딩 좀 봐달라고 부탁드려서 도움을 많이 얻었죠. 초반에 캐릭터의 방향을 잡은 뒤에는 병자호란, 장현의 죽음 등 상황을 열심히 따라갔어요. 아무리 고민해도 현장에 가면 해결이 되더라고요."
길채는 전쟁의 풍화 속 닿을 듯 닿지 않는 장현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고, 동시에 여러 굴곡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나간다. 안은진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혼란스러운 정세 속 자신만의 삶을 강인하게 꾸려나가는 길채의 서사를 한층 풍성하게 채웠다.
"길채는 역사적인 사건 속 운명의 소용돌이에 놓였던 사람이에요. 늘 위기를 이겨내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물론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중간쯤 병자호란 장면을 찍으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어요. 그때부터 길채의 생명력이 발현되니까 훨씬 표현하기 수월해지더라고요. 길채의 강한 면모 덕분에 저도 힘들 때마다 에너지를 내곤 했어요. 길채의 대사를 제 입으로 내뱉으면 저도 단단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갈수록 더 길채와 연결된 느낌이었어요."
길채와 장현의 애절한 멜로, 두 캐릭터를 섬세하게 쌓은 안은진과 남궁민의 열연 덕에 '연인'은 입소문을 타고 큰 호응을 얻었다. 이같은 인기에 힘 입어 당초 20부작이었던 '연인'은 1회를 연장해 총 21회로 마무리를 지었다. 마지막회는 무려 100분으로 편성했고 23일엔 확장판까지 공개하며 종영의 아쉬움을 달랬다.
"막바지까지 정말 열심히 찍었는데요, 스케줄이 바빠도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면 안 되니까 내린 결정이었을 거예요. 작가님의 글이 워낙 아름다웠기 때문에 대본을 잘 표현하려면 연장이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미상관이 이뤄지는 장면들이 많거든요. 촬영하는 입장에서 힘들긴 했지만 멋진 마지막회를 보니까 뿌듯했어요. 사실 저희는 내내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에 집중했을뿐이라 '연인'이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지 실감하진 못했어요. 함께 고생해주신 스태프분들 덕분이에요."
'연인'의 흥행과 함께 안은진은 새로운 인생작을 얻었다. 앞서 '타인은 지옥이다', '검사내전', '슬기로운 의사생활',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나쁜 엄마', '올빼미' 등으로 꾸준히 자신만의 색깔을 선명히 해온 그는 '연인'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 앞에 '대세'라는 수식어를 새겼다. 올 연말 시상식에선 수상도 기대해 봄직하다.
"다이어리를 열심히 쓰는 편인데 올해를 되돌아보니 '나쁜 엄마'부터 '연인'까지 정말 촬영을 많이 했더라고요. 특히 '연인'은 제게 행운과도 같은 작품이었죠. 이렇게 한 사람의 긴 세월을 표현하는 작품은 만나기 어려워요. 쉬운 장면은 하나도 없었지만 내가 '연인'도 했는데 이제 못 할 게 뭐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웃음) 덕분에 배우로서 자신감도 얻었어요. 앞으로는 불안한 마음 없이 좀 더 캐릭터에 몸을 내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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