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대통령 거부권 결정 임박…노정관계 향방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사실상 폐기 수순 밟을 듯
노동계, 외곽서 투쟁 이어갈 듯…"격변은 없을 것"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이번 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노정관계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26일 정치권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28일 오전 열릴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의 요구권 행사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용자 범위 확대 ▲쟁의행위 범위 확대 ▲과도한 손해배상 제한을 골자로 한다.
통상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면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헌법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대통령 권한으로 재의 요구권, 즉 '법률안 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15일 이내에 국회로 법률안을 돌려보낼 수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28일 국무회의로 강하게 점쳐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17일 정부로 이송됐기 때문에 내달 2일까지 그대로 공포할지 국회로 돌려보낼지 결정해야 한다.
거부권 행사시 사실상 폐기 수순…勞 "해보는 데까지는 최선을"
하지만 재표결을 해도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양곡관리법은 부결됐고 간호법은 상정 보류됐다. 사실상 법안 통과가 무산된 것이다.
야당은 노란봉투법도 거부권 행사 시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법안을 재발의하는 방법으로 풀 수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실상 21대 국회 내 재입법처리는 불가능할 수 있다.
이에 노동계는 거부권 행사 이전 최대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오다 지난 13일 사회적대화 복귀 의사를 밝힌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7일 대통령실과 고용부에 조속한 공포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들은 공문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권 행사 여부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개정법은 하청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대한 원청사용자의 교섭 기피와 과도한 손해배상·가압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국정기조에도 부합하는 만큼 재의권 건의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발표하면서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조법 개정에 대해 필요했다는 응답이 69.4%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전국 교수·변호사·노무사·연구자들 1067명이 모여 노란봉투법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지난 20일 열린 국제노총 아태지역기구(ITUC-AP) 총회에서 채택된 각국 노동계 대표자들의 지지 결의문을 27일 대통령실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목소리로 공포를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안 될 거라고 보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 해보는 데까지는 해봐야 한다"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노정관계 다시 파탄으로?…"큰 변화는 없을 수도"
하지만 생각보다 격변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처음부터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양대노총 중 유일하게 사회적대화에 참여하다 전면 중단을 선언했던 한국노총이 노란봉투법과 사회적대화 참여 문제를 연결 짓지 않겠다고 한 점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경사노위 역시 한국노총의 복귀 선언 이후 24일 처음으로 노사정 부대표 간담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운영에 시동을 걸었다. 조만간 대표자 간담회를 열고 본위원회 개최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한국노총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에는 복귀에 대한 부담감이 클 텐데, 이미 거부권 행사 전 복귀 선언을 했기 때문에 그 부담감이 없어졌다"며 "계속해서 대화를 거부하는 것보다 경사노위에서 정년연장 등 여러 현안을 논의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 역시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사안이다. 이번 사안으로 또 다시 나가는 것은 사회적대화의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와 별도로 대통령이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모으는 활동들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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