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왜 그래”…‘남근닮은 車’에 흥분, 대물 콤플렉스 때문일까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11.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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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근에서 영감받은 자동차
바퀴달린 사랑방으로 진화
라면먹고 갈래요 필요없네
모듬 과일(?), 쏘나타3, BMW iX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매경DB, BMW]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너무 외설적이어서”

4년 전 폴란드 정부가 즐거운(?) 표정으로 바나나를 먹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아트 작품을 철거했습니다.

문제의 작품은 ‘나탈리아 LL’로 불리는 사진작가인 나탈리아 라흐-라호비치의 1973년작 ‘소비자 예술’(Consumer Art)’입니다.

당시 에르지 미지올레크 국립미술관장은 “(너무 외설적이어서)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철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폴란드 정부의 예술 검열에 곧바로 항의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미술관 앞에서 수백명이 모여 바나나를 단체로 먹으며 항의했습니다.

바나나, 왜 꼭 닮아서 사서 고생
나탈리아 라흐-라호비치의 ‘소비자 예술’(Consumer Art)’ [사진출처=나탈리아 LL]
바나나 외설 논란에 대해 ‘찬반’을 논할 생각은 없습니다. 외설과 예술을 칼로 자르듯 확실히 구분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으니까요.

다만, 바나나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은 동서양 모두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요즘은 큰일 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결혼식 피로연 때 신랑이 고추(아이 것처럼 작고 가늘어서)가 아닌 바나나를 잡고 다리 사이에 놓으면 신부가 까서 먹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죠.

사실 저도 성 에너지가 요동을 치던 몽정기 청소년 시절에 오락실 게임기의 ‘insert’에서 성기 삽입을 떠올렸습니다.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오이와 가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친구들의 유치한 음담패설을 들으며 낄낄 거리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 성+인물 [사진출처=넷플릭스]
화장실 문에는 알파벳 ‘WXY’로 여성의 가슴과 배꼽 및 성기를 나타내고 이를 사람의 얼굴이나 토끼로 위장한 그림이 교묘하게 그려져 있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수업이 지루해지면 그 곳을 쳐다보며 키득 키득거리기 일쑤였죠. 겁 없는 친구들이 시내 으슥한 곳 손수레에서 사온 뒤 건네 준 ‘빨간 책’을 숨죽여 보기도 했습니다.

호기심 천국. 관심을 가지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이면 찾아 나섭니다.

“오늘 친구집에 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친구 누나가 샤워를 하고 있었다”로 시작되는 유치한 스토리의 음담패설과 성관계 그림을 찾아 ‘화장실 투어’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물활화와 의인화로 ‘성기 숭배’
전북 순창군 강천산에 있는 남근석 [사진출처=연합뉴스]
WXY는 음침한 화장실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도 ‘WXY 학구열’에 불탔습니다.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대표적입니다.

그가 지은 ‘맨워칭, 인간 행동을 관찰하다’(과학세대 옮김, 도서출판 까치)에 따르면 맨드릴 개코원숭이는 남성의 음경을 모방한 얼굴을 통해 암컷에서 성적 신호를 보냅니다.

맨드릴 개코원숭이 얼굴을 보세요. 붉은 코가 마치 발기된 성기와 꼭 닮았습니다.

모리스는 이와 비슷하게 인간들도 얼굴을 성기 모방의 대상으로 사용한다며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1908~67)의 작품도 소개했습니다.(예술작품이지만, 포털에서는 찾으려면 손품을 아주 많이 팔아야 합니다)

남자를 그린 작품은 코를 음경, 눈썹을 음모, 턱을 음낭으로 묘사했습니다. WXY처럼 여성의 가슴을 눈, 배꼽을 코, 삼각형의 음모를 입으로 표현했죠.

여성의 얼굴을 그린 작품의 이름은 ‘강간’입니다. 금발 아래로 툭 튀어나온 눈은 풍만한 젖가슴, 코는 배꼽, 입은 음모입니다. (그림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기사에 삽입했다가 뺐습니다)

마그리트는 남자의 성적 판타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자의 얼굴을 몸으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맨드릴 개코원숭이와 그냥 바나나 [사진출처=내추럴브리지동물원,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인류학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자신의 감춰진 욕구나 욕망을 표현하거나 충족하기 위해 물활화(Animism)와 의인화를 하는 선천적 경향을 지녔다고 봅니다.

인간은 살기 위해 식욕, 수면욕, 배설욕에 목숨을 겁니다. 이 중 배설욕에 포함되는 성욕은 인간의 삶을 영속되게 만드는 중요한 욕구지만 종교적이나 도덕적으로 억압당해왔습니다.

성욕 배설을 억제당한 인간들은 욕구 불만을 해소하면서 이성을 판단하고 풍자하기 위해 성기 이외의 부문을 성기와 연관시키는 물활화와 의인화에 나섰습니다.

남성의 코, 여성의 입술이나 배꼽은 또 하나의 성기가 됐습니다.

덩달아 눈썹이 진하고 코 큰 남자, 촉촉하고 윤기가 흐리면서 살짝 벌린 입술이나 세로로 길게 움푹 들어간 배꼽을 지닌 여자는 각각 ‘섹스 심벌’로 자리매김했죠.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코는 ‘남근’을 상징했습니다.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옛사람들은 코가 크면 성기도 크다고 여겼죠.

돌부처의 코까지도 남근의 상징으로 여겨 아들을 낳기 위해 돌부처 코의 돌가루를 먹는 풍습이 존재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돌부처 중에는 납작코가 많을 정도입니다.

변강쇠전 같은 에로틱 고전에서는 절구질이 성관계로 묘사됐습니다. 주로 여성이 두 손으로 잡는 절구공이는 남성의 성기, 절구통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했습니다.

자동차는 발기돼 피스톤 운동하는 성기
마세라티 차량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신체 일부나 주위의 사물을 성기로 표현하고 때로는 숭상하는 인간들의 놀라운 물활화 능력과 상상력은 자동차도 그냥 놓아두지 않았습니다.

자동차를 의인화하면 전면부의 헤드램프는 눈, 후드는 코 또는 콧등, 라디에이터 그릴은 후드의 길이에 따라 코나 입, 범퍼는 라디에이터의 형태나 위치에 따라 턱이나 입이 됩니다.

요즘 자동차 전면 디자인의 글로벌 추세는 날렵함과 강렬함입니다.

100여년 가까이 남성의 전유물이자 장난감이었던 자동차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발전한 항공기술을 통해 점차 공기역학이 가미된 유선형으로 변했습니다.

강한 자동차의 상징인 레이싱 머신은 남성 성기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1920~40년대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아우디나 벤츠의 레이싱 머신은 성기와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자동차 디자이너와 디자이너들도 주요 고객인 남성을 잡기 위해 ‘강한 남성상’을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스포츠카, 스포츠세단, 오픈카(로드스터, 스파이더)의 돌출된 보닛과 범퍼는 ‘상어’에 비유하거나 ‘공격적 디자인’이라 에둘러 표현하지만 사실상 발기된 남성 성기를 연상시킵니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기아 스팅어에서 ‘상어’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눈과 코에 해당하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도 마그리트 작품처럼 성적 상징을 표현합니다.

헤드램프는 그 자체가 성기의 모습을 띠거나 싸움을 걸듯 치켜 뜬 눈으로 성적 공격성을 나타냅니다. 현대차 쏘나타Ⅲ의 헤드램프는 성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한동안 회자되기도 했죠.

은색 바나나. 1930년대 아우디 레이싱머신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독일 잉골슈타트]
BMW 상징인 키드니(신장) 그릴에서 신장이 아니라 고환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이 내건 말과 황소에서도 ‘성난 바나나’가 연상됩니다.

아우디에서 볼 수 있듯 점차 커지고 범퍼·헤드램프와 일체화되고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큰 코를 통해 대물에 대한 동경, 대물을 가진 자동차를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남성의 성적 콤플렉스를 자극합니다.

무엇이 연상되나요, 1930년대 아우디 레이싱머신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독일 잉골슈타트]
엔진 실린더의 ‘흡입-압축-폭발-배기’도 성관계 과정이나 ‘피스톤 운동’과 닮았습니다. 손에 꽉 차는 기어 스틱도 강한 남성을 상징합니다. ‘무기여 잘 있거라’라는 노래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손가락으로 움직일 수 있게 작아진 기어 스틱이나 전자식 변속버튼을 싫어하는 운전자들도 많습니다.

크기에 생각보다 민감하지 않다는 여성보다는 시각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남성이 작아진 기어 스틱을 아쉬워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크기와 성적 능력은 상관없다는 연구결과에도 대물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작은 물건을 보상해주는 대리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된 불만 때문일까요.

기아 스팅어 [사진출처=기아]
사실,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양아치’가 일부러 공포를 유발하는 문신을 하고, 크고 비싼 슈퍼카를 ‘빌려’ 타고 다니면서 자랑하는 이유도 콤플렉스 때문일 수 있습니다.

호랑이 위세를 빌리는 여우처럼 남(또는 물건)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리며 ‘강한 남자’라고 속이려는 호가호위(狐假虎威) 전략인 셈이죠.

석기 시대부터 흙이나 돌, 나무로 등장했던 남근숭배 사상과 강한 남성에 대한 동경은 수천년이 흐린 뒤 자동차로 그 대상을 옮겨 뿌리를 박고 있는 셈입니다.

침대는 과학이라더니, 침대가 된 차
KG모빌리티 티볼리 에어 [사진출처=KG모빌리티]
자동차 그 자체도 성적 활동 공간이 됩니다. 자동차는 크든 작든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는 장소로 이동해 몰래 사랑을 나누기 좋은 공간입니다.

국내에서도 자동차 대중화가 이뤄진 9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에서 사랑을 나누는 게 한동안 유행이 된 적도 있습니다.

호젓하게 사랑을 나누기 좋은 장소가 공유되기도 했죠. 침대가 과학이라고 자랑하니, 자동차가 침대 자리를 차지한 셈입니다.

혼다는 1990년대에 평평히 접히는 시트를 갖춘 소형 미니밴을 일본에서 선보였는데, ‘카XX 전용 자동차’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습니다.

광고에 ‘연애 사양’도 있다고 소개하면서 ‘애정’, ‘사랑’이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해 의혹을 넘어 사실처럼 여겨졌습니다.

성난 바나나,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사진출처=람보르기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던 코로나19 시대에 주목받더니 이제는 자동차 선택기준 중 중요한 요소가 된 ‘차박’(차에서 숙박)도 자동차의 성적 활용도(?)를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자율주행 시대도 성적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하고 있죠.

운전자의 손길이 필요 없어지는 자율주행시대에 자동차는 ‘사랑방’처럼 아담하고 아늑하며 다른 사람들과 오순도순 대화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바뀝니다. 바퀴달린 사랑방이 되겠죠.

운전자도 손길을 운전대가 아닌 다른 곳과 다른 것에 더 쓸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누군가에는 ‘바퀴달린 모텔’입니다.

보리밭이나 뽕밭을 찾아 다녔던 조상들에게는 부러운 세상이겠죠. “라면 먹고 갈래요”도 옛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강한 남성 또는 대물이 된 기분을 선사하는 슈퍼카와 럭셔리카 [사진출처=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벤틀리]
‘색즉시공 공즉시색’ 영화 제목으로도 일부 사용됐죠. 색(물질)은 공(실체없음)과 다르지 않고 세상 모든 존재는 형태에 관계없이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물은 얼음이 되고 수증기가 되고 몸의 구성요소가 되는 등 형태와 쓰임이 달라지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영화’ 색즉시공의 색(色)도 쓰임에 따라 성욕(性慾)이 될 수도, 성욕(聖慾)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도 따져보면 바나나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모습과 쓰임이 달라졌을 뿐이죠. 용도도 정말 다양합니다. 어떻게 쓰시겠습니까.
집보다 낫네, 카니발 쇼퍼드리븐 [사진출처=기아]
※참고도서

1. 맨워칭-인간 행동을 관찰하다(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도서출판 까치)

2. 바디워칭-인간 행동학의 정수(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범양사)

3.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소비본능(개드 사드 지음, 더난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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