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문제 간섭 반대·오염수 감시필요"…日 "수입금지 철회"(종합)
日외무상 "각자 상대국 방문 요청"…한반도 정세 문제도 논의
(도쿄·베이징=연합뉴스) 박상현 정성조 특파원 =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부장 겸 외교부장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25일 회담을 열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문제와 한반도 정세 등 현안을 논의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지난 9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왕 부장과도 회담도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일 정상회담에서 재차 천명된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최근 갈등이 빚어진 오염수 처리 문제 등을 놓고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략적 호혜관계' 추진을 위해 "상응하는 로드맵과 시간표를 만들어야 한다"며 ▲ 올바른 상호이해 확립 ▲ 상호 간의 정당한 우려 존중 ▲ 호혜 협력 강화 등 세 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왕 부장은 "양국이 서로 위협이 되지 않고 서로 협력 파트너가 돼 각자 평화 발전을 견지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일본은 대만 문제에서 약속을 지키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는 해양 안전과 민중의 건강 문제에 연관되고, 중국은 일본의 무책임한 방식에 반대한다"며 "현재는 각 이해관계자가 전면적이고, 효과적이며, 독립적으로 장기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왕 부장은 중국과 일본이 "함께 글로벌 보호주의를 억제하고, 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화를 실질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우리는 지도자들의 공동인식을 잘 이행해 중일 관계가 건강하고 정확한 궤도를 따라 전진·발전하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미카와 외무상 역시 양국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전략적 호혜관계'의 지위를 재확인한 점을 거론하면서 "일본은 중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대화·소통 강화로 긍정적인 요인을 축적하며, 일중 관계가 양국 지도자가 가리킨 방향으로 전진·발전하도록 추동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그는 또 "일본은 대만 문제에서의 입장에 변화가 없고, 건설적인 태도를 갖고 대화를 통해 핵 폐수 해양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경로를 탐색할 것"이라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과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가미카와 외무상은 회담 후 취재진과 만나 왕 부장에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중국 측 대응 조치인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규제를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독자적인 오염수 모니터링 기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국가의 주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위와 독립성이라는 원칙이 전제가 된다"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양국이 오염수 문제에서 입장의 차이를 인식하고, 건설적인 태도로 협의와 대화를 지속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협의를 통해 오염수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로 한 바 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왕이 부장과 자신이 각각 상대국 방문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반면 왕 부장은 회담 후 일본 취재진이 오염수 논의 결과를 질문하자 "중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짧게 답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외교장관이 한반도 정세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 부장, 가미카와 외무상은 26일 오후 부산에서 4년 3개월 만에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3국 정상회의 재개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시 주석이 기시다 총리에게 이케다 다이사쿠 창가학회 명예회장 별세에 대한 조전을 보냈다고 이날 전했다.
시 주석은 조전에서 이케다 회장이 중일 관계 진전에 기여한 공적을 언급하며 조의를 표했고, 기시다 총리와 함께 중일 관계를 바른 궤도에 올려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세상을 떠난 이케다 회장은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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