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 느낌 난다" 145㎞도 버겁던 SSG 우완, 상무 가서 '151㎞ 쾅쾅!'... 국대 마무리로 돌아왔다
SSG 관계자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시속 151㎞의 빠른 공을 쾅쾅 때리는 조병현(21·SSG 랜더스)을 보며 남긴 감탄사다. 입대 전에는 시속 145㎞도 버거워하던 우완 투수가 2년 만에 빠른 공과 포크를 장착한 국가대표(국대) 마무리로 돌아왔다.
조병현은 온양온천초-온양중-세광고를 졸업한 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8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지명을 받았다. 데뷔 첫해 1군에서 3경기(6⅔이닝) 평균자책점 8.10을 기록했고 지난해 5월 상무를 통해 군 문제부터 해결했다. 가기 전부터 기대치는 어느 정도 있는 투수였다. SSG 관계자는 "슬라이더를 워낙 잘 던졌었고 커브와 체인지업도 곧잘 던지던 투수라 선발 자원으로 분류하던 선수였다"고 입대 전 조병현을 기억했다.
하지만 2022년 조병현과 2023년의 그는 다른 투수였다. 조병현에 따르면 키 180㎝ 몸무게 87㎏의 체격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다. 인바디 상으로도 근육량을 비슷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균형 잡힌 몸매로 바뀌었고 좋아진 밸런스는 마운드 위에서 평균 시속 147㎞, 최고 151㎞까지 뿌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조병현은 21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코치님 비롯해 상무의 웨이트 트레이닝 환경이 정말 잘 돼 있어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열심히 해서 구속도 잘 나오고 몸도 훨씬 좋아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뒷문을 맡길 투수가 없어 조병현을 경기 후반 올려보내던 박치왕 상무 감독도 조금씩 생각을 달리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선발이 내려오면 조병현에게 멀티 이닝을 지시하던 박 감독은 올해는 9회만 맡기는 전문 마무리로 활용했다.
그러면서 투구 레퍼토리에도 변화를 줬다. 선발 자원이던 조병현의 볼 배합은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으로 이뤄져 있었다. 하지만 마무리로 본격적으로 등판하면서부터는 체인지업과 커브 빈도를 줄이고 포크를 던지기 시작했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김도환(23·삼성 라이온즈), 장규현(21·한화 이글스)도 힘이 됐다.
조병현은 "포크는 고등학교 때부터 던질 줄 알고 있었는데 (김)도환이 형과 (장)규현이가 '너는 타점이 높으니까 체인지업보단 포크를 던져보면 어떠냐'고 했다. 그랬는데 시합에서도 잘 통했고 내 주 무기가 됐다"고 웃었다.
구속을 올리고 포크를 장착한 조병현은 퓨처스 무대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올해 43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4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2.25, 44이닝 48탈삼진을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그런 조병현을 본 야구계 관계자는 "(빠른 직구와 포크가 강점인) 롯데 김원중 느낌도 난다. 선발 자원이라 들었는데 상무에서 저 정도면 차기 마무리 후보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
젊은 선발 투수와 불펜이 모두 필요한 SSG로서는 행복한 고민이다. 올해 SSG는 고효준(40), 노경은(39) 두 노장이 필승조 역할을 했고 결국 후반기 들어 체력의 한계로 어려움을 노출하기도 했다. 마무리 서진용(31)도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돼 젊은 불펜은 꼭 필요하다.
선발 로테이션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서 올해 SSG는 김광현(35) 외에는 계산이 서는 토종 선발 투수가 없었다. 조병현도 일단은 선발 투수에 조금 더 욕심을 보였다. 조병현은 "마무리를 하면서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고 포크볼을 자주 던졌다. 선발로 돌아가면 체인지업도 다시 던져야 할 것 같다. 체인지업과 포크 두 개 다 던지는 것이 아무래도 타자들이 어려워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은 많은 것을 얻어 간 대회였다. 당초 상비군에 포함됐던 조병현은 11월 1일 제대 후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 참가했다. 이후 한국시리즈에 참가한 LG 트윈스와 KT 위즈 선수들을 대신해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고 경기 출전은 없었지만, 값진 경험을 쌓았다.
조병현은 "내가 대표팀에 합류할 줄은 전혀 몰랐다. 시합에 못 나갔지만, 나라를 대표해서 나갈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다"며 "대표팀 형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상무에서 마무리로 뛰면서 직구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커브를 많이 못 던져 감각을 잃었다. 그래서 형들(최승용, 곽빈 등)에게 커브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또 우리를 상대로 던진 스미다 지히로(24·세이부 라이온즈) 선수를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제구도 좋고 변화구도 좋으니 타자들이 치기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조병현은 "올해가 야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야구도 잘 되고 운도 좋았던 1년이었다. 상무에 가 무사히 제대한 것이 내겐 엄청 행운이었다. 많은 시합에 나가며 경기를 어떻게 운영할지 많이 배웠고 타자를 상대하면서 내 공에 대한 믿음도 생겼다. 제대 후 국가대표에도 뽑혔다"고 한 해를 돌아봤다.
이어 "이번 겨울 목표는 제구를 잡는 것이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 내가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지고 싶다. 이번 대회(APBC 2023)를 치르면 그 점을 더 느꼈다"며 "내년에는 1군에 빨리 올라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조)형우랑 입단 동기인데 상무에 있을 때 '빨리 와서 같이 뛰자'고 연락이 자주 왔다. 나도 형우와 1군에서 배터리를 이루며 언젠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 그 전에 팀에서 어떤 보직을 맡겨주시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 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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