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에 체면살린 바이든…인질석방으로 지지율 호재되나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일단 합의대로 인질석방과 일시휴전을 이어가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고전 중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호재'가 될지 주목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대부분의 미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합의를 환영하고 있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수많은 진보층은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에게 휴전 연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24일 오전 7시를 기해 나흘간의 시한부 휴전에 들어갔다.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억류 인질 240명 중 50명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4일간 순차적으로 석방한다. 인질 50명 외에 추가로 10명씩 석방될 때마다 휴전 기간은 하루씩 연장된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가 몇 주간 협상을 벌인 끝에 나온 이 합의에 깊이 관여했다.
석방되는 인질 중에 미국인 3명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고, "휴전은 없다"며 강경 일변도였던 이스라엘이 결국 일시 휴전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추수감사절 휴가차 매사추세츠 낸터킷에 머무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합의에 대해 "내가 집무실에서 역내 지도자들과 한 많은 통화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미국 외교의 결과"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수차례 통화한 것을 포함해 이스라엘 당국에 다각도로 하마스와 합의를 압박해왔다.
2020년 바이든 대선 캠프에 동참했던 여론조사 전문가 셀린다 레이크는 WSJ에 "이 합의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호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레이크는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하고 전쟁의 참상이 SNS로 퍼져나가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명에 '무딘' 것으로 비쳐졌다고 지적하고, 이번 합의가 "모든 사람을 인도주의 편에 서게 했다"는 점에서 지지 세력 규합에 긍정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이번 인질 석방 합의는 이스라엘 정부가 군사적 대응을 변경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다는 강력한 신호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전 직후에는 '이스라엘은 하마스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면서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해 진보 진영 정치인과 젊은층 유권자들의 실망을 샀다.
그러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지상전 개시로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이 거세졌고,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 바이든 대통령 또한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려 이스라엘에 '교전 중지'를 촉구해왔다.
다만 백악관은 이번 인질 석방을 환영하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에 나온 외교적 타결을 굳이 광범위한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내세우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은 이번 휴전이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하며, 이스라엘이 군사 전술을 바꾸도록 해야한다며 더 거센 압박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발표된 NBC 여론조사에서 18∼34세 유권자의 70%는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1%만이 찬성 입장이었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 전략가 왈리드 샤히드는 "당내 상처가 전혀 치유되지 않은 것 같고, 아마도 이제부터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시 휴전에 들어간 만큼 휴전 연장이나 완전한 휴전에 대한 지지층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민주당 진보 진영을 이끄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번 일시 휴전 조치가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는 유망한 첫걸음"이라며 "연장된 휴전이 무차별적인 폭격의 재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계속 공격하겠지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전술을 극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휴전이 연장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를 위한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휴가차 매사추세츠 낸터킷에 머물면서 협상에 관여한 이스라엘, 카타르, 이집트 지도자들과 별도로 통화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대화에서 추가 인질 석방에 대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뜻을 밝히고, "평온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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