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이·하마스 전쟁…‘중동 평화안’ 이대로 끝날까[지식人 지식in]

이영욱 기자(leeyw@mk.co.kr) 2023. 11. 2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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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위 쿠슈너와 중동 평화안 만든
제이슨 그린블랫 전 백악관 중동특사
“아브라함 협정 유효…전후 중동평화 밑거름”
지난해 9월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지식포럼 ‘아브라함 협정과 중동의 경제지형 변화’ 세션에서 연사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니엘 아미네차 맥킨지 시니어 파트너, 압둘라 압둘 아지즈 알샴시 아부다비 투자진흥청장 직무대행, 제이슨 그린블랫 전 백악관 중동특사, 마티 코하비 코치 AI 기술&미디어 연쇄창업가. [이승환 기자]
“이란은 평화의 적이며, 아브라함 협정은 살아남을 것이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대대적인 이스라엘 공격과 이어진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책사로 불리는 제이슨 그린블랫 전 백악관 중동특사는 하마스의 공격 9일 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이에 하마스를 끝장내겠다는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개전 한 달을 넘기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위기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양측의 사망자는 1만명을 넘어섰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또 다른 ‘피해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는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의 피해는 인명과 재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으로 인해 ‘유탄’을 맞은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중동 평화안입니다.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협상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외무장관이 아브라함 협정에 사인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 = EPA 연합뉴스]
2020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이어진 수십년의 분쟁을 끝내기 위한 방안으로 중동평화안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예루살렘 동부를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창설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2국(國) 체제를 만드는 것이죠. 미국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인정하고, 이스라엘은 이 대가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협의하는 동안 새로운 정착촌에 대한 활동을 4년 간 동결하기로 합의합니다.

팔레스타인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며 “당신네들의 거래이자 음모는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장정파 하마스 역시 “팔레스타인은 협정에 저항할 것”이라며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땅으로 남게 될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죠. 이란 역시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과 미국 간 거래”라며 일축했습니다.

같은해 9월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합니다. 이들이 체결한 협정이 ‘아브라함 협정’으로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모두 공통의 조상으로 여기는 아브라함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대립관계였던 걸프 지역의 아랍 국가들과 수교했다는데 의의가 있었죠.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평화안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유대계 3인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데이비드 프리드먼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그리고 그린블랫 전 중동특사죠. 이들은 모두 유대계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트럼프 정부에서 공직에 발탁되기 전 정치, 외교적 경력이 없어 적임자가 맞느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린블랫 전 중동특사는 지난해 9월 열린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해 “아브라함 협정 이후 중동 지역에서 경제협력 기회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국가들은 석유 자본을 넘어설 혁신 기술이 필요하고, 이제는 분쟁보다 파트너십과 비즈니스 중심의 평화적 협력을 생각해야 할 때”라며 “아브라함 협정은 아랍 국가, 이스라엘과 활발한 사업 관계와 우정을 나누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도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이끌어낸 중동 평화는 지난달 하마스의 대대적인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깨지고 말았습니다. 하마스는 이 협정이 체결되면 자신들의 입지가 약해집니다. 이란 역시 마찬가지죠.

출구 안보이는 전쟁…중동 평화안의 미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위한 지상전에 투입된 이스라엘 군인들이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에서 잔해를 헤치며 걷고 있다.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지금도 가자지구 내 총성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평화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가 버린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평화는 없으며, 향후 끝없는 분쟁만이 남을 것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에 대해 중동 정치 전문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동 평화안’은 아직 유효하며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끝나면 중동 지역에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데 있어 이 계획이 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암자드 하타 정치 전략분야 전문가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사라지고 팔레스타인 국가기구와 팔레스타인 국민의 손에 결정권이 넘어간다면 두 국가 해법에 한 발 더 가까워 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바그다드 포스트 편집장인 수피안 알 사마라이 역시 외신 인터뷰를 통해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이 사우디라아라비아와의 회담을 통해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2국 해법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며 “이는 이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죠.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한 뒤 바레인, 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항의 성명을 발표했지만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 간 항공편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아직 ‘대화’라는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바레인과 요르단도 주이스라엘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긴 했지만, 이스라엘과 단교까지 가지 않았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예멘 미국 대사를 역임한 제럴드 파이어슈타인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9일 ‘아브라함 협정은 여전히 중동에 평화를 가져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더 힐지 기고문을 통해 “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 같은 아랍 국가들은 자국 내 반 이스라엘 여론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단교에 나서진 않았다”며 “하마스와 이란이 지원하는 단체들이 중동지역에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에 대해 이스라엘과 같은 의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파이어슈타인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협정을 재개하기 위해 1차 걸프전 이후 열린 마드리드 회의와 같은 국제 회의를 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국적 회담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아브라함 협정과 같은)프레임워크가 이미 존재하고 있기에, 참가국들의 협력 장려, 공동이익 증진, 중동의 지역안정과 번영 촉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린블랫 전 중동특사 역시 “우리는 역사적인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들 사이에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이는 중요하고 긍정적인 많은 조치들로 이어졌는데, 향후 더 많은 국가들이 유사한 협정을 체결하도록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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