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다 차에 치인 父, 전치 14주인데 사건 종결" 억울 [아차車]

김세린 2023. 11. 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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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새벽 시간대 와이퍼를 가동하지 않은 채 주행 중이던 차량이 자전거 횡단도를 건너던 행인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문철 변호사도 "형사적으로 횡단보도 흰색 선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횡단 보도 사고로 처리하지 않는다. 자전거 횡단도는 횡단보도가 아니다"라며 "(A씨 아버지가) 많이 다쳤지만,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에서는 벗어난다고 본다. 보행자는 항상 흰색 선 안에서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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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횡단도' 건너던 남성, 자동차에 치여
현행법상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아냐
다만 황색 점멸신호 정지 후 주행해야
와이퍼를 닦지 않아 희미하게 보이는 보행자의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비 오는 새벽 시간대 와이퍼를 가동하지 않은 채 주행 중이던 차량이 자전거 횡단도를 건너던 행인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전치 14주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으나, 경찰 측에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최근 '황색 점멸 신호에 건너던 아버지께서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그런데 상대는 큰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이 맞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사고는 지난 8월 24일 오전 5시께 경기 부천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피해자의 아들인 A씨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당시 운전자는 앞유리 맺힌 빗물을 와이퍼로 닦지 않은 채 1차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이때, 황색 점멸 신호에 자전거 횡단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추돌했다.

이 사고로 A씨의 아버지(75)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현재까지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골반 골절 및 왼쪽 허벅지 골절, 왼쪽 발목 골절 등으로 세 번의 수술을 한 뒤 전치 14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영상=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A씨는 "교통조사관은 처음부터 횡단보도 사고가 아니라며 조사에 미온적이더니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고 연락이 왔다"며 "이렇게 큰 사고를 냈는데도 처벌도 없이 끝난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 자전거도로로 건넜다고 횡단보도 사고가 아니라는데 정말 적용이 안 되는 것이냐"고 변호사에게 물었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횡단보도 교통사고로 인해서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사안에 따라서 형사 처벌이 가능하며 상해 정도에 따라 처벌의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자전거 횡단도는 횡단보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 자전거 횡단도는 자전거 및 개인형 이동장치가 일반도로를 횡단할 수 있도록 안전표지로 표시한 도로의 부분을 말한다.

한문철 변호사도 "형사적으로 횡단보도 흰색 선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횡단 보도 사고로 처리하지 않는다. 자전거 횡단도는 횡단보도가 아니다"라며 "(A씨 아버지가) 많이 다쳤지만,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에서는 벗어난다고 본다. 보행자는 항상 흰색 선 안에서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운전자의 과실이 아예 없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A씨로부터) 보험사 측에서는 무단 횡단에, 보행자의 잘못 30%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며 "민사(소송)에서는 횡단보도 살짝 벗어난 곳도 역시 횡단보도로 보기 때문에, 100(운전자):0(A씨 아버지) 혹은 90:10 둘 중의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황색 점멸신호에는 서행, 적색 점멸신호에선 정지선에 정차 후 주행해야 한다. 이에 한 변호사는 "사고가 난 부분은 황색 점멸,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이기 때문에 자동차가 일시 정지했어야 한다"며 "물론 블랙박스 영상이 어둡게 보이지만, 사람이 어느 정도 건너고 있었고 가로등도 환히 있는데 왜 보지 못했는가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운전자 잘못 100%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보행자도 건너면서 차가 오는지 확인하지 않았나 싶기 때문에, 운전자 과실 90%에 보행자 과실 10% 정도라는 의견"이라고 판단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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