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청년들, 정부 보조금으로 내집마련… “집값 걱정 안 해” [심층기획-주거안정이 민생안정이다]
싱가포르 공공주택 가보니…
목돈 없이도 누구나 ‘공공주택’ 분양 기회
임대기간 99년·매매도 가능… 사실상 소유
대부분 결혼할 때나 35세 되면 첫 분양
정부, 소득·입지 따라 최대 8만달러 지원
현금지불 집값의 5%뿐… 차액은 저리대출
집이 청년들 ‘도약의 발판’으로
촘촘한 주거지원 덕 자가보유 89% 달해
다주택자는 막대한 세금 부과… 투기 차단
“집값 급등해도 정부가 해결” 신뢰 높아
韓정치권 “싱가포르형 주택 도입” 말뿐
“싱가포르 집값 비싸죠. 근데 여기 청년들은 걱정 안 해요. 보조금을 받으면 지불 가능한 수준이거든요.”

비결은 싱가포르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주택’에 있었다. 2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ousing and Development Board·HDB)에 따르면 21세 이상 기혼 혹은 35세 이상 미혼 싱가포르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기회가 보장된다. 공공주택은 공공 ‘임대’ 주택이지만 임대 기간이 99년에 달하고 매매도 가능해 사실상 집을 소유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기준 싱가포르인 77.9%는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10명 중 9명 “내 집에 산다”
청년들이 공공주택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정부 보조금이 꼽힌다. 싱가포르의 한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데이먼(27)은 “싱가포르 청년은 대부분 결혼할 때나 35살이 되면 첫 공공주택을 분양받는다”며 “보조금을 받는다면 낼 수 있는 가격이라 집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그가 말한 보조금은 싱가포르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주택 분양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공하는 지원금이다.


싱가포르국립대 도시계획과 이관옥 교수는 “한국은 집을 구매하려면 목돈이 필요해서 젊은 층이 전셋집에 들어가 돈을 모으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목돈이 필요하지 않다”며 “청년이나 신혼부부도 자기 일단 5%의 최초 구입비만 지불하면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가를 보유한 이들은 주택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산도 늘어난다”며 “집이 청년들의 ‘도약의 발판’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지나 일상으로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싱가포르 집값이 급등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싱가포르인들은 정부가 주거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믿음이 있다. 대학원생 조이스(25)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집값이 비싸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이제 공급을 늘린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집값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도 정부를 신뢰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북동부에 위치한 풍골에 살고 있는 엘레나(14)는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니 집값은 걱정되지 않는다”며 웃어 보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올해 공공주택 4만호, 2025년에는 10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동안 건물 신축이 중단됐던 탓에 공공주택 신규 분양은 줄어들며 분양 대기 기간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공주택을 재판매하는 재판매(resale)주택이나 민간주택으로 넘어갔고, 해당 시장 가격이 급등했다는 분석에서 비롯된 대책이다.

무지막지한 세금을 견디지 못한 다주택자는 집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의 고급 공공주택인 피나클 앳 덕스톤에 살고 있는 리나(44)는 “이곳에 이사 오기 전 살았던 민간 주택 한 채를 임대시장에 내놨었는데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와서 팔아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싱 티엔 푸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부동산학)는 “정부가 부동산 투자를 막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1가구 1주택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에 지나친 자금이 유입되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기업·기술 투자가 줄어들고, 일자리가 늘지도 않으며, 사람들의 소득 창출도 줄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양대 정당의 공약(公約)에도 등장한 것처럼 한국 정치권에서 싱가포르형 공공주택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말잔치‘는 여러 차례 되풀이됐지만, 늘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 이관옥 교수는 “한국에서도 공공주택을 개발할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싱가포르형 공공주택을 도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공공주택이 들어설 땅이 없기 때문”이라며 “신도시를 개발할 때 정부가 부지를 갖고 있었다면 시도할 수 있었을 텐데, 정비한 땅을 정부가 다 팔아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앞으로라도 신도시를 개발할 때 정부가 어느 정도 공공의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면 한국에서도 공공주택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싱가포르=글·사진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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