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군시설 다 위성촬영" 北주장 사실일까…위협 수준은

장환순 2023. 11. 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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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22∼25일 괌·하와이, 서울·평택·군산·진해·부산·강릉 등 촬영 주장
사진 미공개로 검증 어려워…사실이라도 해상도 낮고 야간 촬영능력도 의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세밀조종진행정형, 지상구령에 따른 특정지역에 대한 항공우주촬영진행정형을 료해(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로 한반도는 물론 미국 하와이와 괌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찍었다는 사진은 공개하지 않아 진위가 주목된다.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부터 이틀 연속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위성이 촬영한 사진들을 확인했다.

북한이 촬영했다는 국내 도시는 24일 목포, 군산, 평택, 오산, 서울이며 25일 진해, 부산, 울산, 포항, 대구, 강릉이다.

이들 지역에는 공군작전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공군기지, 미 육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 해병대 제1사단, 공군 주력 전투기 F-15K를 운용하는 기지, 해군 잠수함사령부 등 주요 군사시설이 즐비하다.

북한은 또 정찰위성을 발사한 이튿날인 22일에는 미국령 괌, 이날은 미국 하와이와 부산에 정박 중인 미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까지 찍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자마자 즉각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지상 관제소에 전송했다는 주장에 대해 과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특집KBS1라디오 저녁'에 출연, "괌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위성 분야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발사) 첫날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위성으로 지상을 촬영했다면서도 관련 사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자신들의 감시·정찰 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기에 애초부터 촬영 사진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미국 등 군사기술 선진국도 정찰위성 사진을 공개할 땐 일부러 해상도를 조절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만리를 굽어보는 눈"을 가지게 됐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사진을 일부 공개해 대외 과시 및 대내 결속 용도로 쓰려고 할 수도 있다.

사진을 공개할 경우 한미 군과 정보당국은 실제로 우주 공간에서 만리경 1호에 의해 촬영된 사진인지, 사진이 위성에서 지상 관제소로 전송된 것이 사실인지 등을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주장대로 정찰위성이 전국 각지의 주요 군사시설을 상공에서 촬영했다면 대남 위협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북한은 위성사진이 없더라도 이미 남파 간첩 활동이나 북한보다 훨씬 개방적인 남측의 공개 정보 등을 통해 군사시설의 위치 정도는 파악하고 있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러나 여기에 위성사진을 통해 시설 내부를 주기적으로 들여다본다면 북한의 정보력이 강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정찰위성의 위협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 5월 북한의 1차 위성발사 실패 당시 우리 군이 수거한 만리경 1호 부품의 분석 결과는 카메라 해상도가 크게 낮아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해상도가 3m(가로 세로 3m인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표시) 정도여서 정찰위성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찰위성은 적어도 해상도가 1m 이하는 돼야 한다.

다만 북한이 최근 위성 선진국인 러시아와 군사협력이 가속했다는 점에서 해상도 등 위성 품질이 그때보단 향상됐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날 미 항모 칼빈슨호를 촬영했다고 주장했는데 미국 항모는 축구장 몇 배 넓이 덕분에 낮은 해상도로도 충분히 파악이 가능한 거대 시설물이다. 더욱이 칼빈슨호의 국내 기항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또한 하루 2∼4회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위성 1기로는 현재 항모의 위치를 확인한들 군사적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지상에서 어느 부대 어떤 전차가 이동하는 것을 식별했다던가 항모 옆에 보트 몇 척이 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는 것이 훨씬 위협적"이라며 "위치가 이미 알려진 커다란 항모를 촬영했다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만리경 1호를 내달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투입한다고 밝혔으니 아직 본격적 운용 전 단계이기는 하나 야간 촬영 능력도 검증이 필요할 전망이다.

북한이 밝힌 촬영 시간은 25일 오전 9시 59분 40초∼10시 2분 10초, 24일 오전 10시 15∼27분으로 모두 아침 시간대다. 야간에 은밀하게 이뤄지는 군사시설 내 활동을 북한이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환순기자 jangh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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