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월드컵 열렸다고?…우리 딸·아들 열광한 ‘이것’ 대체 뭐길래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1. 25. 1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롤과 롤드컵의 세계
첫눈과 함께 초겨울의 냉기가 찾아온 지난 주말, ‘롤드컵’ 열기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어요. 특히 이번 롤드컵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려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국이 롤드컵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죠.

대회 결과는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지난 19일 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는 한국팀(국내 리그 LCK)인 T1이 중국팀 WBG를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어요. LCK의 맹주 T1의 롤드컵 제패는 2016년 롤드컵 이후 7년만이었고요.

월드스타 ‘페이커’ 이상혁은 이로써 통산 4회 롤드컵 우승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우승 타이틀을 자체 경신했습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e스포츠의 전설’ 반열에 오른 것이죠. 페이커는 축구로 치면 리오넬 메시, 농구의 마이클 조던 같은 선수입니다.

페이커는 결승전 종료 후 우승팀 기자회견에서 “승패에 신경쓰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T1과 웨이보 게이밍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T1 페이커(이상혁)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이번 롤드컵은 ‘FIFA 월드컵(축구)’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는데요. 결승전 당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결승전 응원전을 벌였습니다.

서울시는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광화문 광장에 대형 화면을 설치하고, 경기를 생중계했어요. 광화문 광장에서 e스포츠 대회 단체 응원전이 펼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한국에서 개최된 이번 롤드컵이 역대급 흥행에 성공하면서, e스포츠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도대체 ‘롤’이 뭐길래 이토록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e스포츠 시장을 중심으로 롤과 롤드컵의 세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5년만에 한국 개최 ‘롤드컵’ 역대급 흥행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이번 롤드컵은 온·오프라인에서 역대급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번 대회 4강까지 라이엇게임즈 내부에서 잠정 집계한 시청률(최고동시접속자수)은 미국과 멕시코에서 열렸던 지난해 대회보다 65% 증가했습니다.

최종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롤드컵의 시청자수(누적접속자수)가 사상 처음으로 4억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어요. 최고 흥행카드인 ‘한중전’으로 펼쳐진 결승전 역시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돼요.

특히 동시접속자수 ‘1억명’의 신기원을 썼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역대 최고 기록은 지난 2021년 롤 결승전의 최고 동시 시청자 7386만 명입니다)

결승전 당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열린 롤드컵 경기 중계방송의 조회수는 1000만명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19일 고척돔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에 운집한 1만 8000명의 관중들.라이엇게임즈
오프라인에서의 인기도 뜨거웠어요.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세계에서 모인 22개팀은 서울과 부산에서 예선전과 토너먼트까지 총 53경기의 대장정을 펼쳤는데요.

이 기간 오프라인 관중은 총 7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선전을 포함해 서울에서 열린 경기는 모두 매진됐고요. 롤드컵을 보러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상당수였다고 해요.

소위 ‘빅매치’의 경우 한정된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암표’까지 등장하며 팬들이 치열한 직관 경쟁을 펼쳤습니다. 올해 결승전 현장 좌석 1만8000석은 지난 8월 예매 시작 10분 만에 전석 매진됐어요.

가장 저렴한 티어8석이 8만원, 최고가인 티어1석이 24만5000원에 판매됐죠.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티어1석이 최고 3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네요. 현장에 가지 못한 팬들을 위해 CGV는 전국 44곳 영화관에서 결승전을 생중계했습니다.

뉴진스가 롤드컵에서 왜 나와?
이번 롤드컵 결승 오프닝에는 걸그룹 ‘뉴진스’가 무대에 올라 공식 주제곡 ‘GODS’를 불러 열기를 더했어요. 완전체 K팝 가수가 롤드컵 오프닝에 선 첫 사례였죠.
19일 고척돔에서 열린 롤드컵 오프닝 세러머니에서 공연하고 있는 뉴진스. 라이엇게임즈
롤드컵 오프닝은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 수퍼볼의 ‘하프타임쇼’를 연상케하는 큰 무대입니다. 작년 미국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는 빌보드에서 19주간 1위를 차지한 릴 나스 엑스가 ‘스타 워킨’을 불렀었죠.
롤드컵 효과로 e스포츠 부활할까
게임업계에서는 역대급 흥행에 성공한 이번 롤드컵을 쪼그라들고 있는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을 반등시킬 기회로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e스포츠 시장은 팬데믹 후유증과 경기 침체 여파로 얼어붙고 있었거든요.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월 ‘e스포츠 세계가 휘청거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e스포츠 시장에서 흑자 전환에 실패한 각 구단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손해를 감수하고 구단을 매각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게임, 드라마, 영화, 웹툰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사람들의 ‘시간’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보는 게임’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제기됐죠.

e스포츠 업계에서는 5년만에 한국에서 개최된 롤드컵의 역대급 흥행이 반전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롤드컵을 위시한 각종 e스포츠 대회들의 흥행 기조가 ‘끝물’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종가’로 불리는 한국에서 뜨거운 열기를 되살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죠.

특히 이번 롤드컵은 함께 참여하고(거리응원), 즐기며(각종 공연, 오프닝 행사), 감동하는(보는 게임 그 자체의 재미) e스포츠의 엔터테인먼트 잠재력을 모두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19일 고척돔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 오프닝 세레머니 모습.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 ‘종가’ 한국의 위상
한국은 지난 1999년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의 프로게이머 대회를 개최한 e스포츠 종주국입니다.

최근 e스포츠 선수층이 두텁고, 팬덤이 강한 한국이 글로벌 인기 확장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국가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한국(2억7440만달러)이 미국(8억7100만달러)과 중국(4억4520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클 전망입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겠죠. 라이엇게임즈는 이번 한국 롤드컵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e스포츠 리그 수익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어요.

사우디, 중국과 같은 ‘큰손’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호재입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끌고 있는 사우디는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어요. 오일머니를 대거 투입해 석유 에너지 사업뿐 아니라 전 세계 엔터·게임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새비 게임스 그룹(Savvy Games Group·SGG)’이 있습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전 세계 최고의 게임 그룹’을 목표로 내세웠죠. 빈살만 왕세자는 PIF 등을 통해 게임·엔터 산업에 370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을 세워뒀다고 해요.

사우디는 내년부터 매년 ‘E스포츠 월드컵’을 열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우디가 마음만 먹는다면, 롤드컵을 능가하는 규모의 e스포츠 대회가 탄생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닙니다.

19일 고척돔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에 놓인 우승 트로피 모습.라이엇게임즈
롤, 얼마나 인기있길래?
2009년 라이엇 게임즈가 출시한 온라인 전투 게임 ‘롤(LoL)’은 1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으로 불리고 있어요. 게임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죠.

전 세계 기준 매월 1억명 이상이 접속하고 매일 2700만명 이상이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롤은 국내에서도 여전히 확고한 위치에 있습니다. 리서치 회사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롤은 국내 PC방 사용시간 점유율에서 277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달 16일 기준 평균 점유율이 43.48%에 달합니다. 그야말로 ‘왕좌’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는 것이죠.

라이엇 게임즈 개요. 매경DB
특히 롤은 전 세계에 e스포츠를 확산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진화시킨 것이죠. 이 때문에 IP의 수명주기를 더 길게 가져갈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어요.

숫자로 보는 롤. 매경DB
2011년 이후 매년 열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은 전 세계 9개 지역, 22개 팀이 모여 최강 팀을 가리는 대회입니다. 권위와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 e스포츠 행사로 꼽히죠.

국경과 성별·인종 등을 초월한 인기가 피파(FIFA) 월드컵에 버금간다고 해서 일명 ‘롤드컵’으로 불립니다. 젠지(Z)세대 사이에서는 월드컵의 인기를 능가할 정도입니다.

롤의 롱런 비결은?
롤의 장기 흥행 비결은 첫째, 장르의 지속성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기타 경쟁 게임이 단순한 구조로 짜여 쉽게 질리는 데 비해 롤은 ‘파고들게 만드는 게임’으로 꼽히거든요.

캐릭터를 키우는 역할수행게임(RPG)에 실시간 전략(RTS) 장르를 접목한 것이 주효했다. 롤에선 5명 영웅이 한 팀을 이뤄 상대방의 건물을 부수기 위해 실시간 전략 대전을 펼칩니다.

사용자는 165명의 수많은 영웅 중 한 명을 선택해 게임에 참여하죠. 자신과 한 팀을 이룬 4명과 함께 상대방이 택한 5명의 영웅과 겨뤄 적 팀의 ‘넥서스(본부)’를 먼저 파괴하면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건물을 짓고 병력을 만들어 상대방과 싸우는 스타크래프트 등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긴장감과 장시간을 투자해 캐릭터를 키워 미션을 수행하는 리니지류 롤플레잉게임(RPG)의 중독성을 합쳐놓은 셈이죠. 자신이 고른 영웅 한 명에게 집중하면 돼 조작성과 접근성도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집요한 업데이트와 ‘착한 게임’의 힘
집요한 업데이트도 롱런의 비결로 꼽혀요. 한때 롤의 경쟁작이었던 블리자드 오버워치는 업데이트가 지연되면서 침체기를 맞았거든요.

반면 롤은 게임 재미를 위해 파격에 가까운 업데이트를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페이스리프트’가 아닌 ‘풀체인지’급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이어온 셈입니다.

롤은 게임 자체도 재밌지만 돈을 추가로 내지 않고도 즐길 수 있어 ‘착한게임’으로 불립니다. 롤에선 상대 진영의 핵심 건물을 부수면 승리하죠.

캐릭터를 꾸미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하지만 이것이 승리를 위한 필수 요소는 아닙니다. 모든 캐릭터를 게임 플레이를 통해 벌 수 있는 화폐만으로 구입할 수 있고요. ‘현질’ 여부에 따라 과금과 비과금 플레이어 간 큰 능력치 차이를 줘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들과의 차별점으로 꼽힙니다.

게임 회사가 돈을 벌어야 좋은 게임을 개발하지 않겠냐고요?

지속적인 이용자 유입과 증가는 수익모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의 영업이익률은 국내 주요 게임사 평균의 두배 이상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롤의 IP확장. 매경DB
라이엇게임즈는 롤 IP를 게임과 e스포츠 밖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익 다각화가 아니라 ‘게임도 문화이고 경험’이라는 회사 철학에 따라 추진된다고 합니다.

예컨대 롤의 e스포츠 대회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롤 오케스트라’ 콘서트에 등에도 항상 구름관중이 몰립니다.

지난해 방한해 기자와 만난 제러미 리 롤 글로벌 제작총괄은 “무엇보다 뛰어난 게임성이 (롤의) 장기 흥행 비결”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결국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추구하고, 메가 히트·장기 흥행 IP를 만들면 돈도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진 한국 게임업계도 최근엔 이를 인식하고 신작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난해 방한해 매일경제와 단독인터뷰한 제러미 리 롤 글로벌 제작 총괄.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 주류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을까
게임이 하위문화를 벗어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e스포츠 성장과 함께 롤은 젊은 세대에게 단순한 게임이 아닌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의 일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한국, 중국 등 전 세계 13개 리그에는 100개 이상의 팀과 1000명 이상의 프로선수들이 활약하고 있고요.

분명한 것은 e스포츠 세계에서 한국은 이미 중심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롤드컵을 계기로 한국 e스포츠 업계가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마련하길 기대해봅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