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24일 갤럽 여론조사의 진짜 민심

천남수 2023. 11. 2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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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모의 개표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모의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한국갤럽은 정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 국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3%였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은 무려 59%에 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그동안의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KT 등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해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3.4%였다. 자세한 사항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그것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대선의 0.73%포인트 차이의 승부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당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 중 상당수는 마음이 돌아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6개월의 성적표다. 매주 정기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볼 때 30% 지지율에 정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부정 평가가 60%에 육박할 정도로 국민 여론은 매우 나쁜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6개월 간의 국정수행 지지도 추세를 통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5월 초부터 갤럽의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지율은 줄곧 35% 내외였다. 다소의 부침도 있었지만, 9월부터는 30% 초반 지지율에 머물러 30%도 겨우 유지할 정도로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를 1년 정도를 지켜본 국민의 냉정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시간이 지나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국민이 늘어난 까닭이다. 이런 흐름은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감지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 지난 4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진행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연합뉴스)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미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본격화했고, 여권은 치열한 내부투쟁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친명계와 비명계의 대립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정치권 전반이 헤쳐모여식 빅뱅이 시작된 듯 보인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내년 1월이 되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빅뱅의 결과는 총선으로 완성된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 1년 6개월에 대한 국민적 평가도 이뤄진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추이는 내년 총선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관심이다. 예상할 수 있는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정리하면 이렇다.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거나 제1당으로 부상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한층 주도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입법과정에서 막혀있던 국정과제를 힘있게 추동할 수 있다. 반면 야권은 분열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이재명 대표의 입지는 약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국민의힘은 지금과 같은 정도의 의석을 유지할 경우다. 이런 결과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으로서는 후퇴할 마음이 없을 듯싶다. 야당과의 협치보다는 지금과 같은 대립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윤 대통령이 현상유지 정도의 결과에 대해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 굽히면 계속 굽힐 수밖에 없다는 강박이 작용하는 까닭이다. 검찰권을 이용해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윤 대통령과 이에 반발하는 야당으로 인해 정국은 소란한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이 지금의 의석보다도 적은, 이준석 전 대표가 경고하고 있는 100석 이하를 얻는 데 그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개헌선과 대통령 탄핵,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도 무력화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임이 확인되면서 정국은 소용돌이 속에 빠질 것이다. 타의에 의한 공동정부, 연합정부가 탄생할 수도 있다. 반면 야권의 정국 주도력은 강화되고, 만약 보수 신당이 적지 않은 의석을 확보한다면, 정국은 혼란한 가운데 또다시 이합집산의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 실제 총선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이번 갤럽 여론조사의 정당지지도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5%로 오차범위내 접전양상이다. 어느 정당이 뚜렷한 우세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수치다. 그럼에도 지역 간 극명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정당 지지도가 변수다. 선거구당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로 인해 지역 간 지지도 편차는 선거 결과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승부를 결정한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됐다고는 하지만, 갤럽 여론조사에 나타난 수도권 정당 지지도는 매우 가변적이다. 대체로 오차범위 내 접전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선거구마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얘기다. 우세하다고 자신하다가는 역풍을 맞아 패배할 가능성이 농후할 만큼 여론에 민감한 곳이 수도권이다. 수도권과 함께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각자의 텃밭에서 압도적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가이다. 새로운 정당에 의해 텃밭이 잠식되면 충격은 더 크다. 물론 현재의 여론조사상에서는 각 정당은 여전히 텃밭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도 지켜볼 일이다. 이번 갤럽 여론조사는 이에 대한 문항도 있었는데, 긍정적인 의견(38%)보다 부정적 의견(48%)이 조금 많았다. 특히 국민의힘 텃밭인 TK지역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아 TK지역 표심 변화가 주목된다. 이준석 신당에 대한 세대별 반응도 다르게 나타난다. 40대와 50대에서는 긍정 의견이 우세한 데 반해 60대와 70대 이상에서는 부정 의견이 많았다. 관심을 끌었던 20대와 30대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지지층이 젊은 층에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선거에 이롭게 할 목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진영 간 극심한 분열을 재현하려고 한다거나, 해묵은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나아가 세대간 대립을 조장하는 전술은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럼 2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나타난 진짜 민심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아직은 지켜보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추세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당장의 수치에 매달릴 필요가 없듯, 민심도 언제나 변화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실망하는 국민이 많음에도 윤 대통령 자신은 바뀌려고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은 국민의 뜻을 따른다고 하지만, 그 방향과 방식이 국민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거는 전략적이며 전술적인 측면이 강하다. 선거에 이롭게 할 목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진영 간 극심한 분열을 재현하려고 한다거나, 해묵은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나아가 세대 간 대립을 조장하는 전술은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러나 도도한 국민 여론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자만심은 국민 심판의 대상이 된다. 동시에 200석 확보가 가능하다는 섣부를 낙관론도 국민 심판 대상이다. 국민의 선택 앞에서는 언제나 조심 또 조심해야 할 이유다.

끝으로 한국갤럽 박무익 대표의 여론조사에 대해 정의를 덧붙인다. 그는 “여론을 조사한다는 것은 사회의 명암, 좌우 대립, 빈부 문제, 정보 격차, 과거와 미래 등을 두루 살펴 매 순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꾸준히 공부하고 탐구하는 일”이라고 했다. 여론조사를 대하는 태도도 이러할진대, 직접 민심을 대하는 태도야 말해 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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